조성봉 SK하이닉스 사회적가치(SV) 전략팀장이 지난 3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에서 ‘SK하이닉스의 ESG 사례’를 주제로 특강을 진행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 산업경쟁력, 인재가 해법이다 - (3) SK그룹
“직원 역량 강화” 2년전 출범
혁신 등 13개 카테고리 갖춰
올 연세대 · 강원대와 손잡고
ESG 관련 강좌 개설해 호응
예비직장인 프로그램도 운영
“행복 · 딥 체인지 선순환 지향”
SK그룹이 사내 구성원 교육 플랫폼인 ‘써니(mySUNI)’를 앞세워 기업의 새로운 인재 교육 패러다임을 선도하고 있다. SK는 특히 써니를 사내뿐만 아니라 주요 대학 등 지역 사회와 적극적으로 공유함으로써 우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 3일 오후 서울 성동구 한양대 서울캠퍼스 경제금융대학 강의실. 조성봉 SK하이닉스 사회적가치(SV) 전략팀장이 학부생들을 상대로 ‘SK하이닉스의 ESG 사례’를 주제로 특강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날 특강은 써니와 한양대가 학부생들에게 기업 현장을 간접 체험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취지로 마련됐다.
조 팀장은 특강에서 “예전 사회 공헌이 연탄 기부처럼 수익의 일부를 나누는 개념이었다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 본격화한 이후에는 핵심 비즈니스를 통해 사회에 직접 기여할 방법이 없는지를 고민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이 주주와 고객, 기업 구성원 등 세 가지만 생각하면 됐지만, 지금은 협력사와 언론, 시민단체 등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가 매우 다양해졌다”며 “결국 기업이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라는 것은 우리가 이해관계자에게 주는 비재무적인 가치들의 통합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 팀장은 학생들이 ESG 경영 개념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SK하이닉스의 사례를 설명했다. 그는 “반도체 공정은 특성상 물을 어마어마하게 많이 사용하는데 최근에는 이 물을 어떻게 하면 적게 쓸지를 고민하고 있다”며 “현재 친환경 공정기술을 개발에 적용하고 있는데 이를 전 사업장에 도입하면 하루 물 사용량을 최대 8만t가량 줄일 수 있다. 또 물을 안 쓰기 때문에 유지·보수 비용이 줄어 전체 비용도 아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팀장은 이런 비재무적 활동들을 수치화하고 화폐화하기 위한 SK그룹의 노력도 강조했다. 조 팀장은 “SK그룹은 최근 ‘경제 간접 기여성과’ ‘환경 성과’ ‘사회 성과’ 등 3개 항목으로 나눠 비재무적 성과를 측정하고 있는데, SK하이닉스의 경우 지난해 납세·고용·배당 등으로 이뤄진 경제 간접 기여성과 분야에서 9조7000억 원가량을 창출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호응도도 높았다. 학생들은 수업 과정에서 SK하이닉스의 구체적인 반도체 제조 공정부터 현장에서 실제 이뤄지고 있는 ESG 경영 사례까지 다양한 질문을 쏟아냈다. 한 학생은 “기업에 소속된 분이 직접 현장 상황을 생생하게 설명해주니 이해도가 더 높아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특강을 주관한 써니는 구성원들의 역량 강화를 위한 SK그룹의 사내 대학으로 지난 2020년 설립됐다. 당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선 구성원의 미래 역량을 키우고 축적해야 한다”고 주문한 것이 써니 설립의 단초가 됐다. 현재 약 7만5000명의 구성원이 인공지능(AI), 디지털전환, SV 및 ESG, 미래 반도체, 그린(Green), 혁신 디자인 등 총 13개 카테고리, 1859개의 교육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써니는 최근에는 이해관계자 행복과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SK의 경영철학에 따라 현장, 실무 중심의 콘텐츠를 내부 구성원뿐만 아니라 외부 이해관계자에게도 개방하는 등 사회적 효과를 확산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하나로 올해부터는 대학들과의 협업을 통해 최근 수요가 높은 SV 및 ESG 관련 지식을 예비 사회인인 대학생에게 교육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써니는 올해 초에는 연세대, 강원대와 협업해 기업의 사회적 가치와 ESG를 소개하는 정규 수업을 개설했다. 연세대는 올해 1학기에 ‘기업의 사회적 가치와 사회혁신’이라는 이름으로 강좌를 개설했는데, 이 수업은 신설 강좌임에도 200여 명이 수강을 신청했다. 강원대는 ‘지속가능 발전의 이해’라는 강좌로 ESG를 다뤘는데, 이 과목은 올해 입학한 신입생들의 필수 교양과목으로 지정됐다. SK 관계자는 “담당 임원과 실무진으로 강사진을 꾸려 기업 현장의 이야기와 해외 기업 사례를 생생하게 전해 큰 인기를 끌었다”고 말했다.
써니는 최근에는 예비 직장인을 대상으로 역량 강화 프로그램인 ‘써니C 1기’도 운영 중이다. 예비 직장인 200여 명은 온라인으로 선행 학습 후 토론식 강의를 진행하는 ‘플립러닝(Flipped Learning)’ 방식을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기초적인 소양을 학습하고 있다. SK 관계자는 “써니는 구성원들의 지속적 학습을 통한 행복 수준 제고 및 비즈니스 현장 적용을 통한 딥 체인지 실현을 지원함으로써 개인의 행복과 회사의 딥 체인지 간 선순환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 배터리 · 바이오 · 반도체 ‘BBC 산업’ 등에 5년간 247조 투자… 5만명 ‘통큰 고용’
SK그룹 ‘인재 경영’ 속도
SK그룹이 반도체(Chip)·배터리(Battery)·바이오(Bio) 등 이른바 ‘BBC’ 산업을 중심으로 200조 원이 넘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것은 물론 2026년까지 5만 명에 달하는 인재를 채용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오는 2026년까지 BBC 분야를 중심으로 5만 명의 인재를 국내에서 채용하고, 247조 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기로 했다. 글로벌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존하는 상황에서 성장과 혁신의 기회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투자와 인재 채용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SK그룹은 인공지능(AI)과 디지털전환(DT)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반도체라고 보고, 반도체 및 반도체 소재에 전체 투자 규모의 절반 이상(142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전체 투자 중 국내 투자만 179조 원에 달해 국가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회사는 기대했다.
구체적으로 SK그룹은 2026년까지 △반도체와 소재 142조2000억 원 △전기차 배터리 등 그린 비즈니스 67조4000억 원 △디지털 24조9000억 원 △바이오 및 기타 12조7000억 원을 투자한다. 전체 투자금의 90%가 BBC에 집중될 만큼 이번 투자는 핵심 성장 동력 강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반도체 및 소재 분야 투자는 주로 반도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반도체 생태계 조성에 집중됐다.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비롯해 반도체 공장 증설, 특수가스와 웨이퍼 등 소재·부품·장비 관련 설비 증설 등이 투자 대상이다. SK 관계자는 “특히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같은 반도체 및 소재 분야 투자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2, 3차 협력업체의 투자와 고용 창출로 이어져 경제 파급 효과가 커진다는 점에서 대·중소기업과 지역사회와의 상생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SK그룹은 성장동력을 찾고 이를 키워나가는 주체는 결국 인재라고 보고, 고용 창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이를 위해 SK그룹은 2026년까지 5년간 5만 명을 채용하기로 했다.
한편, SK그룹은 지난 5월 친환경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관련 관계사들의 인력과 역량을 한데 모은 ‘SK그린 캠퍼스(Green Campus)’를 출범시켰다. SK 관계자는 “‘넷 제로(Net Zero)’ 조기 달성을 위해 그룹 차원의 친환경 사업 역량을 극대화하고자 ‘그린 캠퍼스’를 만들었다”며 “이를 계기로 친환경 사업 투자와 신사업 개발 등이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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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철 기자 jjangbe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