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 게임체인저 경쟁, 갈길 먼 한국 - ④ 차세대 배터리
리튬이온 대체할 기술 확보戰
휴대전화·전기차·드론에 필수
전고체·리튬황·리튬금속 등
안전하고 단가 절감돼 ‘각광’
공급망 붕괴속 원재료확보 관건
정부의 정교한 육성대책 시급
세계 각국이 차세대 배터리(2차전지) 확보전에 뛰어들고 있다. 배터리가 현재 국가 에너지망의 한 축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사실과 무관치 않다. 탄소중립 추진, 원자재 수급난, 공급망 붕괴로 에너지 패권이 안보로까지 직결되는 상황에서 핵심 인프라이자 전략 자원이 된 배터리 기술 및 재료 선점 여부는 이제 국가 존립의 문제가 되고 있다. 후발주자지만 기술력을 바탕으로 배터리 시장을 주도해온 한국은 중국,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강대국의 도전을 받으며 기로에 놓여 있다.
28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AA나 AAA 건전지 같이 우리가 흔히 한 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 전지가 1차전지라면 여러 번 충전할 수 있는 전지가 2차전지다.
현재 2차전지 시장을 장악한 전지는 리튬이온이다. 이온이 ‘길’ 역할을 하는 전해질을 따라 양극과 음극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전자 이동을 불러 전류가 발생하는 원리로 작동한다. 다른 소재에 비해 무게·부피를 줄일 수 있는 리튬 덕에 휴대전화, 노트북, 전기차, 드론 등에 두루 쓰이며 각광받고 있다. 리튬이온 전지 개발자들이 2019년 노벨화학상을 받기도 했다.
이 같은 리튬이온 전지도 가격이 비싸고 전해질이 액체라 온도·외부충격에 의해 화재·폭발이 발생할 수 있다는 치명적 단점이 있다. 이에 차세대 2차전지 개발에 가속도가 붙었다. 가장 주목받는 대체 배터리는 리튬이온과 원리는 같지만 전해질을 고체로 바꾼 전고체(全固體)다. 화재·폭발 위험성이 적고, 안전장치·분리막·냉각장치가 필요 없어 동일 크기로 원가는 절감하고 에너지 밀도를 높인 고용량 구현이 가능하다. 고체 전해질의 약점인 이온 전도도를 향상하면서 신축성을 높여 안전성을 강화하는 기술 개발이 관건으로 꼽힌다. 한 번 충전 시 주행거리를 현재 400∼500㎞에서 1000㎞ 이상으로 늘릴 수 있는 연구 결과가 최근 1∼2년 새 속속 공개되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황을 양극 소재로, 리튬을 음극 소재로 쓴 리튬황 배터리도 차세대 배터리로 분류된다. 황은 무게가 가볍고 쉽게 구할 수 있어 제조 단가 절감이 가능하고 에너지 밀도가 리튬이온보다 5배나 높다. 소형화·경량화로 항공·드론용 전지나 구부러지는 플렉시블 전지 개발이 가능할 전망이다. 낮은 전도도와 충·방전 때 생기는 부피 변화로 수명이 짧은 게 단점이지만, 이를 해결하려는 연구가 활발하다. 흑연과 실리콘 대신 리튬금속을 음극재로 사용해 에너지밀도와 안전성을 동시에 극대화하는 리튬금속 배터리도 있다. 1·2차전지와 달리 주유소에서 주유하듯 수소를 계속 공급하며 전기를 생산해낼 수 있는 3차전지인 수소연료전지의 경우도 제조 원가를 낮추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2020년 기준 글로벌 2차전지 시장 점유율은 한국이 40%, 중국이 36%, 일본이 24%로 우리나라가 선전 중이지만, 경쟁 심화와 자원 무기화 움직임은 큰 부담이다. 정부의 체계적이고 정교한 차세대 배터리 육성 대책 마련과 실행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