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역사상 전무후무했던 양적 완화의 시대를 끝내고 정상적 통화정책 방향으로 진입한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가 조기 금리 인상 쪽으로 한 걸음 다가섰다. 월스트리트 등에서는 Fed가 이르면 내년 상반기, 늦어도 중반기에는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어 그동안 넘치는 달러에 익숙했던 세계 경제에 미치는 충격파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29일 Fed는 금융·통화 정책 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에 월 150억 달러가 남았던 3차 양적완화 프로그램의 종료를 선언하고 상당기간 초저금리 유지 입장을 성명을 통해 밝혔다. 하지만 금융시장의 시선은 이어 Fed가 언급한 “고용시장 개선이 예상보다 빠르거나 인플레이션이 심화될 경우 금리 인상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대목에 모였다. Fed는 금리 인상이 늦춰지는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는 말도 덧붙였지만 수사적 표현인 것으로 여겨졌다.
금융 시장에서는 Fed의 의중은 초저금리의 ‘상당 기간’ 유지보다는 금리 인상이 ‘빨라질 수 있다’는 쪽에 무게중심이 놓인 것으로 평가했다. RT 캐피털의 데이비드 아서 전략가는 “첫 금리 인상 시기에 대한 월스트리트의 예상이 FOMC 회의 종료 이전보다 1∼2개월 정도 앞당겨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LPL 파이낸셜의 존 카날리 이코노미스트도 “FOMC 성명서 내용이 시장의 예상보다 매파에 기울었다”고 관측했다. 그동안 금리 인상 시점에 대해서 FOMC 위원들 사이에서는 내년 중반기 정도가 거론됐었다. 1∼2개월 정도 시기가 앞당겨지면 내년 상반기에 현재의 0.0∼0.25%인 초저금리의 인상이 이뤄질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08년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 사태 이후 Fed는 벼랑 끝에 놓인 미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1, 2, 3차 양적완화를 단행했다. 당시 벤 버냉키 Fed 의장은 달러를 공중에서 마구 뿌린다는 의미에서 ‘헬리콥터 벤’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금융 통화 정책 교과서에도 없었던 ‘양적완화’라는 신조어도 이때 생겨났다. 지금까지 Fed가 1, 2, 3차 양적완화를 통해 시장에 풀어놓은 자금은 무려 4조5000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대략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25%에 달하는 규모다.
Fed가 양적완화를 통해 매입한 채권의 만기 연장에 나서지 않으면서 동시에 금리 인상에 들어가게 되면 시중의 통화 유동성은 빠른 속도로 감소하게 된다. 양적완화와 함께 초저금리도 종료되면 미국의 금융·통화정책은 완전 정상화로 돌아서게 되는 셈이다. 29일 미국의 투자매체인 CNBC가 월스트리트 분석가들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앞으로 1년 이내에 4차 양적완화가 시행될 가능성은 1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Fed가 다시 비정상적 통화정책으로 되돌아갈 여지는 많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Fed의 양적완화 정책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이날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Fed의 양적완화 조치는 미국 경제에 ‘유독성 유산’을 남겼다”면서 지난 6년 동안 넘치는 달러에 익숙해진 경제에 미칠 부작용을 지적했다. 이에 반해 양적완화 옹호론자들은 Fed의 정책으로 사라졌던 일자리가 다시 만들어져 붕괴 직전의 경제를 구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워싱턴 = 이제교 특파원 jk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