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민들과 청소년 학생들이 설 명절을 즐겁게 맞이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해 2월 11일 보도한 장면. 조선중앙통신 캡처/연합뉴스
이동 자유 제한 민족 대이동 없어 북한 식당 설음식 손님들로 붐벼
남자아이들 부모 준 술병 들고 동네 돌며 친척·이웃에 새배 풍속도
설 즈음 김부자 동상 헌화하며 충성심 다져…민속놀이는 공통점
북한의 설날은 귀성·귀경 행렬로 ‘민족 대이동’이 일어나는 우리와 거리 풍경이 사뭇 다르다. 북한은 이동의 자유가 제한돼 통행증을 받아야만 거주지 외 다른 지역으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명절이면 대부분 가게가 문을 닫고 쉬는 우리와 다르게 북한 식당은 설음식을 먹으러 오는 손님들로 붐빈다.
옥류관·청류관 등 유명 음식점은 물론 지방 급양봉사기지들은 다양한 설 명절 음식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설날 명절음식으로는 떡과 만두, 지짐(부침)류, 고기구이, 수정과 등이 대표적이다. 떡국에는 꿩고기를 넣고 끓이는데 꿩이 없으면 닭고기를 대신 쓰기도 해 ‘꿩 대신 닭’이라는 속담이 나왔다고 한다.
음력설을 더 크게 지내는 우리와 달리 북한 주민은 대부분 양력설에 차례와 세배를 드리는 것도 차이점이다.
통일부에 따르면 새해 인사를 담은 연하장은 1년에 한 번 주로 양력설에 보낸다. 최근에는 휴대전화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음력설에도 새해 축하 인사를 보내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에서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보다 ‘새해를 축하합니다’라는 인사말이 보편적이다.
‘새해 첫날 남자가 방문하면 좋다’는 속설에 따라 남자아이들이 부모가 준비해준 술병을 들고 동네를 돌며 친척과 이웃 어른에게 세배하는 관행도 있다. 세배 답례로 음식과 학용품 등 선물을 주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남한의 세뱃돈처럼 현금으로 답례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한다.
설날 민속놀이는 윷놀이와 장기, 널뛰기, 연날리기 등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명절 분위기를 내기 위해 각 기관·기업소, 극장, 영화관, 식당들은 다양한 모양의 ‘불장식(조명)’을 켜기도 한다. 국립교향악단, 국립교예단, 국립민족예술단이 주최하는 음악회나 단막극 등 설 기념 공연도 열린다.
북한 주민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민족 대명절인 설을 쇠지만, 사회주의식으로 계승·발전한 ‘우리식 명절’을 내세우고 있어 그 의미는 우리와는 조금 다르다. 북한은 일제 해방 이후 민속 명절을 봉건 잔재로 간주한 김일성 주석의 지시에 따라 설과 추석을 명절로 취급하지 않았다. 그러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체제 수호를 위해 강조한 ‘우리민족제일주의’의 일환으로 민속 명절 복원 지시를 내리면서 1989년부터 다시 설을 쇠기 시작했다.
2003년 사흘간의 공식 휴일이 지정되기도 했지만 달력에 표기된 공식 휴무일은 하루뿐이다. 하지만 당국 지침에 따라 2010년대 말부터는 이틀 쉬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통일부는 전했다.
설 전날과 뒷날까지 3일을 쉬고 주말이 겹치면 대체 휴일까지 주는 우리보다는 짧다.
북한 당국은 설을 조상뿐만 아니라 김일성·김정일의 업적을 기리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충성심을 다지는 선전의 계기로 활용한다. 북한 주민들에게는 설 즈음 김일성·김정일 시신이 있는 평양 금수산태양궁전이나 만수대언덕 등 각지의 김일성·김정일 동상을 찾아 헌화하는 게 관례다.
정충신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