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교사 백방으로 뛰는 상황
“확보 어려워 해외 직구 할판”
“정부 무계획 대응 인정한 것”
교육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전국 초·중·고교가 보유하고 있는 마스크 절반 가까이를 회수하기로 하면서 일선 학교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일부 교사 단체에선 당국의 해명이 필요하다며 집단 반발 조짐도 보이고 있다.
인천의 한 초등학교 A 교장은 2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우리 학교만 해도 전교생이 1000명이 넘고, 학교별로 학생 수와 돌봄교실 학생 수가 다 다른데 무조건 500장 이상 보유 학교는 일괄적으로 내라고 하니 모순”이라며 “현재 마스크가 1.5일치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보건교사가 이리저리 뛰어 1월에 1만5000장 주문을 했는데 아직도 오지 않고 있다”면서 “정부 약속대로 개학 전 학교로 마스크를 다시 확보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우려했다. 인천의 한 고교 보건교사 B 씨는 “일선 학교들은 교육부 등으로부터 직접 마스크를 공급받는 구조가 아니라, 예산만 받고 보건교사 등 담당자가 백방으로 뛰어 마스크를 겨우 확보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문제가 간단치 않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마스크 수급 대응에 실패한 데 따른 피해를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전가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C 교감은 “전쟁이 나면 가장 먼저 보호해야 하는 사람이 아이와 노인인데, 아이들 것을 빼앗아가야 하는 상황까지 왔다는 건 그간 정부가 무계획으로 대응해 왔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면서 “규모가 큰 학교일수록 마스크를 비축하기가 어려우며, 아마존 등 해외 직구를 알아보는 학교도 많다”고 털어놨다.
교사 단체도 성명서를 내는 등 집단 반발로 이어질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올바른 교육을 위한 전국교사연합(올교련)도 이날 성명서를 통해 학교의 마스크 수거 조치에 대해 “저소득층 가정은 마스크를 구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고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면서 정확한 회수 이유와 의사결정 과정을 해명하고 수거한 마스크의 행방을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경자 전국학부모단체연합 대표는 “학생들은 우리가 보호해야 하는 대상”이라고 말했다.
앞서 교육부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요청에 따라 전국 초·중·고교가 비축해둔 마스크 1270만 개 중 580만 개를 걷어 일반 국민에게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중대본은 개학 전에 새 마스크로 전량 다시 비축하겠다는 입장이다. 세부적으로 서울·경기·인천 지역의 경우 전날(1일) 일괄적으로 마스크 500장 이상을 보유했을 경우 돌봄교실용 10일분을 제외한 마스크 전량 제출을 마치라고 권고했다.
김수현·윤정아·조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