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대미 핵 공격에 대한 2020 위원회 보고서’표지와 저자 제프리 루이스.
황성준 논설위원
오판으로 전면전 비화 가능성
김정은의 ‘합리성’이 核戰 선택
북핵의 뿌리까지 꼭 제거해야
이번 달에 출판된 제프리 루이스 저 ‘북한의 대미 핵 공격에 대한 2020 위원회 보고서’(The 2020 Commission Report on the North Korean Nuclear Attacks Against the United States)란 ‘가상 소설’의 줄거리이다. 저자는 문학가로서의 소설가는 아니다. 소설은 개연성 있는 허구로 불리는데, 그는 개연성을 매우 중시하기 때문이다. 제임스 마틴 비확산센터 동아시아 담당 국장으로서, 뉴욕타임스·워싱턴포스트 등에 북핵 프로그램의 심각성을 폭로하는 칼럼을 기고해 온 대표적인 북핵 문제 전문가다. 최근에도 평양 외곽의 ‘강선 우라늄 농축시설’의 위성 사진을 판독해 발표한 바 있다.
많은 사람은 김정은이 제정신이라면 미국을 핵 공격할 가능성이 없다고 가정한다. 결국 자신도 죽게 되는 자살행위임을 알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루이스는, 미 군사·안보 전문가들의 필독서로서 기습 공격에 대한 ‘정보 실패’를 다룬 로베르타 월스테터 저 ‘진주만: 경고와 결정’(Pearl Harbor: Warning & Decision)의 ‘기대의 배경’을 근거로 진주만 기습이나 9·11 테러 때와 유사한 실수를 범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기습 공격 가능성에 대한 ‘신호(signal)’가 잡히더라도 이를 거부하는 배경 정보의 ‘잡음(noise)’ 때문에 오판한다는 것인데, 진주만 기습 당시 미국 지도부는 일본도 미국과의 전면전에서 이길 승산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을 것이라는 ‘합리적 기대’에 사로잡혀 있었다. 설령 일본이 공격을 감행하더라도 전쟁 범위를 필리핀·말레이시아·싱가포르 지역으로 한정할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은 제한전을 하기 위해서도 미국 태평양 함대를 무력화시켜야 한다는 또 다른 ‘합리적 선택’을 했다.
이 가상 전쟁은 김정은이 묘향산 지하 벙커에서 자살하는 것으로 끝난다. 북한 정권은 해체되고 한·미 연합군이 북한 전역을 장악한다. 그러나 북핵 공격으로 한국·미국·일본에서 최소 280만 명이 사망한다. 그리고 작전계획 5015와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등, 전장(戰場)의 불확실성을 ‘안개와 마찰(fog & friction)’로 비유한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 핵심을 생생히 보여준다. 그러나 핵심은 김정은이 정신병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나름 이기기 위한 ‘합리적’ 전략 차원에서 핵 공격을 시도한다는 점이다. 김정은이 핵 공격을 시작한 것은 미군의 침공을 차단하고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서다.
4·27 판문점 선언과 6·12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으로 조성됐던 화해 분위기는 최근 얼어붙고 있다. 지난 24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27일로 예정됐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 계획을 전격 취소했다. 이번 취소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돌발행동으로만 해석할 수 없다. 미국의 대북 정책의 기조가 변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의심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폼페이오 장관이 강경화 장관과 24일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FFVD) 목표를 재확인하고 비핵화 때까지 압박 유지 기조에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강 장관과의 24일 통화 내용을 뒤늦게 밝힌 것은 대화만을 강조하는 한국에 대한 압박으로 보인다. 한국 외교부는 당시 “한·미 외교장관은 통화에서 대화 모멘텀을 계속 유지하면서 이를 위해 계속 긴밀한 공조를 지속하기로 합의했다”고만 밝혔다. 압박 유지와 대화 유지로 강조점이 반대였다.
루이스는 대북 강경론자가 아니다. 북한과의 대화를 강조하고 있으며, 심지어 ‘핵 있는 평화’도 가능하다는 인물이다. 단지 북핵의 현실적 위험성을 망각하는 분위기를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 내용이 현실이 돼선 안 된다. 북한 핵무기는 그 뿌리까지 찾아내 제거해야 한다. 이를 방해하거나 지연시키려는 시도는 반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