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미국은 해외주둔 미군기지와 재외공관에 특별정보수집부를 설치해 우방국과 적대국을 가리지 않고 정보 수집에 나섰던 것으로 드러났다.
4일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에 망명 중인 전 미 중앙정보국(CI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이 영국 가디언지에 공개한 기밀문서를 재분석한 결과 한국은 주요정보 수집 대상국가로 분류됐다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기밀문서의 제목은 ‘미국 시긴트(SIGINT) 시스템 2007년 1월 전략 임무 리스트’로 NSA의 정보 수집 대상국가들이 체계적으로 분류돼 있었다. 정보 수집 기간은 문서 작성일인 2007년 1월부터 2008년 1월 또는 6월까지로 명시됐다. 노무현정부 말기와 이명박정부 초기였던 이 기간에 한국과 미국 간에는 자유무역협정(FTA), 북핵 6자회담,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등 민감한 현안들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한국은 문서에서 정보기관 활동, 외교정책, 미군 주둔 지역, 전략 기술 등 4개 부문에서 모두 초점지역으로 분류됐다. 초점지역으로 분류된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북한, 중국, 러시아, 일본, 독일, 쿠바, 이스라엘, 이란, 파키스탄, 프랑스, 베네수엘라 등 모두 17개국이다. 초점지역은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관련 정보를 수집해 임무를 완수해야 하는 곳이다.
문서에 따르면 NSA는 한·미 양국의 북한에 대한 군사적 대응전략을 담은 ‘작전계획 5027’에 대한 한국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미군 주둔 지역 부문에서 한국을 초점지역으로 지정했다. 미국은 한국 수뇌부의 의도를 전략적으로 중요한 ‘인정된 위험(accepted risk)’으로 분류해 감시활동을 펼쳤던 것으로 드러났다. NSA는 한국, 일본, 영국, 호주 등에 있는 미군 기지와 공관에 특별정보수집부를 설치하고 정보 수집 활동을 해왔던 것으로도 나타났다.
이와 함께 NYT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시리아 화학무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 협상, 기후변화 등의 문제를 논의하려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만나기 전에도 도·감청을 통해 반 총장의 예상 발언 요지를 미리 빼냈다”고 보도했다. NYT는 “NSA의 이런 정보 수집 활동이 테러 방지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면서 “NSA의 무차별적인 정보 수집 행위는 무엇이든지 먹는 ‘전자 잡식동물(electronic omnivore)’”이라고 표현했다.
워싱턴 = 이제교 특파원 jk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