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강력한 태양풍이 지구를 덮친다거나, 니비루라는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할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우주생물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저자는 “2012년 종말론이 나도는 것은 일부 학자들이 마야의 신화를 잘못 해석했기 때문”이라며 과학적 근거가 별로 없는 가설이라고 결론내린다.
저자는 지금까지 확인된 바에 의하면 모든 종말론은 턱도 없는 헛소리에 불과하다며 지구 종말을 주장하는 모든 개인과 단체에 다음과 같이 제의한다. “나는 당신들이 틀렸다는 데 나의 전 재산을 걸 용의가 있다. 이것은 무조건 나에게 유리한 도박이다. 내 말이 맞는다면 나는 부자가 될 것이고, 내가 틀렸다면 세상이 사라질 것이므로 나는 잃을 것이 없다!”
탁월한 이야기꾼인 저자는 세상 모든 것의 탄생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과정을 과학적 사실에서부터 다양한 가설까지 뒤섞어 복잡다단한 논리를 전개한다. ‘세상이 과연 종말을 맞이할 것인가’에서부터 ‘기계로 된 육체를 갖게 될 인간’을 비롯, ‘제2의 지구가 존재할 가능성’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외계 바이러스에 의한 질병이라는 설의 진위’ 등 소재는 참으로 다양하다. 역사, 철학, 생물학, 지구과학 등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종횡무진 넘나들며 날카로운 분석과 상상력을 발휘하는 저자의 박학다식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책의 앞부분은 인간의 죽음과 생태계와의 관계, 지구온난화를 비롯한 생태계에 닥칠 위험 등 주로 인간에 대한 이야기가 중점으로 등장한다. 뒷부분은 ‘지구를 위협하는 20가지 요소’ ‘만약 태양이 폭발한다면’ 등 놀랍도록 스케일이 커져서 태양계와 은하수 등 우주의 마지막 운명이 어떻게 될 것인지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전개된다. ‘인간 노화의 비밀’ ‘노아의 방주의 실체’ ‘공간이동의 성공 가능성’ ‘지구종말 시나리오’ 나아가 ‘사후세계란 과연 존재하는가’ 등 우리 모두의 삶과 죽음에 얽힌 다채로운 이슈들이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저자는 왜 인간을 비롯한 생명은 결국 꺼져버릴 수밖에 없는지, 우주가 과연 종말을 맞을 것인지에 대해 다양한 가설을 들려주지만 특정한 한 가지 가설에 힘을 실어주지 않고 중립적 자세를 견지한다.
저자에 따르면, 암흑에너지에 의해 우주는 분명히 팽창하고 있으며 팽창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우주는 매우 외로운 종말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가능한 결말은 딱 두 가지, ‘얼음’ 아니면 ‘불’이다. 차가운 종말이냐, 뜨거운 종말이냐 학자들 사이에 아직도 논쟁이 분분하다. 저자는 “우리는 물질이 영원히 존재한다고 믿고 있지만, 입자물리학 이론에 의하면 정상적인 물질도 언젠가는 붕괴한다”며 “그렇다고 해서 당장 걱정할 필요는 없다. 적어도 앞으로 1조년 동안은 붕괴되지 않을 것”이라고 결론내린다.
정충신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