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했습니다 - 박상훈(34)·길은경(여·34) 부부
저(상훈)와 아내는 20년 전 옆집에 살았던 동네 친구입니다. 7살 때 아내가 이사하면서 헤어졌죠. 시간이 흘러 제가 대학생이었을 때, 제 형이 누군가와 SNS 메시지를 주고받는 걸 봤어요. 그 상대방이 바로 아내였죠. 저도 반가운 마음에 아내 SNS 계정을 물었고, 곧장 연락해 약속을 잡았습니다. 약속 당일, 멀리서 다가오는 아내를 보는데 20년 만에 만났음에도 어제 만난 친구처럼 어색한 기분이 하나도 들지 않았어요.
그 만남을 계기로 저희는 1년에 한 번씩 만나 술잔을 기울이는 사이가 됐습니다. 당시 저는 이탈리아에서 일하고 있던 터라 한국에 가끔 귀국했는데, 그때마다 아내와 만났죠. 물론 동네 친구 이상의 의미는 아니었어요. 서로 일정이 맞지 않으면 꼭 맞추려고 하지도 않았고요. 사귀고 있던 이성 친구도 있던 터라 사는 이야기, 연애 상담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죠. 그러다 코로나19로 불가피하게 한국에 오래 머물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아내와의 만남도 잦아졌고, 어느 순간 제가 아내를 이성으로서 좋아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곧장 아내를 찾아가 “네게 친구가 아닌 이성으로 다가가도 되겠니? 지금 당장 답하지 않아도 돼”라고 고백했어요. 아내는 며칠 후 친구로 지냈으면 좋겠다고 답장해 왔어요. 그러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직접 만나자고 하더라고요. ‘이젠 친구로도 지낼 수 없게 되는 건가?’ 눈앞이 캄캄했는데, 아내는 “이성으로 다가가고 싶다는 그 말이 유효하니?”라고 물어보더라고요. 그렇게 저희의 연애가 시작됐습니다.
결혼 전, 저희 부모님을 모시고 아내와 함께 식사한 적이 있어요. 부모님은 아내가 옆집에 살던 꼬마였다는 것을 모르셨을뿐더러 과하게 질문을 자제하시는 거예요. 다른 가족이 부모님께 “대부분 남자친구 부모님의 질문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철저히 교육해뒀더라고요. 결국, 식사를 마칠 때 아내 정체를 공개했더니 부모님 모두 “그때 얼굴이 남아있다”며 놀라시더라고요. 오랜 인연이 부부로 맺어진 만큼 앞으로 더욱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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