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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동구 미군 55보급창 창고 불, 13시간 만에 진화… 치외법권 사고에 시민 밤새 불안

이승륜 기자
이승륜 기자
  • 입력 2024-10-25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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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지난 24일 밤 부산 동구 55보급창에서 난 화재로 인한 불길이 사그라들고 있다.



사고 창고는 시멘트 벽돌에 철제 골조 지붕 구조
창고 속 적재된 자재 더미가 발화체 역할, 초진 오래 걸려
경찰 등 관련 기관 SOFA 고려해 향후 대처 고민 중


부산=이승륜 기자



부산 동구 범일동 미군 부대 55보급창 창고에서 불이 난 지 13시간 만에 소방 당국이 초기 진화를 마쳤다. 이날 진화에 상당한 시간이 걸린 것은 최초 불이 난 냉동창고의 공사 자재 더미가 계속 발화체 역할을 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자칫 불이 다른 군수 시설로 번지거나 유독가스가 인근 아파트 주민에게 확산하는 등 추가 피해가 우려됐다. 하지만,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탓에 진화 과정이 제한적으로 공개돼 시민들은 답답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부산소방재난본부는 25일 오전 7시 24분쯤 55보급창 냉동창고 화재의 초진 단계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전날 오후 6시 31분쯤 불이 난 이후 13시간 만이다. 앞서 소방당국은 화재 당일 오후 6시 53분 대응 1단계를 발령한 데 이어 오후 7시 55분 2단계 조치 뒤 5시간가량 창고 건물 외부의 큰 불길을 잡았다. 이후 25일 새벽 1시 3분쯤 대응 1단계로 하향 조치하고, 창고 내부 발화체인 자재에 붙은 불을 계속 껐다.

이번 화재로 가로 120m, 세로 40m 규모 창고 건물이 완전히 불에 탔다. 발화 당시 공사가 끝난 상태라 창고 안에 사람이 없어서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photo 지난 24일 밤 부산 동구 55보급창에 불길이 치솟고 있다. YTN 캡처



소방당국의 1차 조사 결과, 부대 내 냉동창고 배관 공사 중 불이 난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창고가 샌드위치 패널 구조로 지어져 진화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알려졌으나, 불이 난 창고는 시멘트 벽돌 블록과 철골 지붕으로 이뤄져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소방본부 측은 "사고 현장에 건축 자재와 우레탄, 고무 등 가연물이 많이 쌓여 있어서 계속 발화체 역할을 했다"며 "창고 내부 진화에 오래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진화를 위해 차량 104대와 인력 390명이 동원됐다. 중앙구조본부와 경남·대구 쪽에서 소방 차량 14대와 인력 16명을 지원하고 미군 소속 소방대도 가세해 진화 작업을 했다고 한다.

이 화재로 부대 근처 대규모 아파트 주민들은 한동안 연기 등이 집안에 들어오지 않도록 창문을 닫고 밖에 다닐 때 마스크를 쓰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부산시는 전날 오후 7시 30분 중·서·동·영도·남구 주민에게 ‘55보급창 화재로 연기, 분진이 다량 발생하고 있으므로 인근 주민은 창문을 단속하고 안전사고에 유의하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발송했다. 아파트 주민 A 씨는 "자칫 바람에 불이 단지로 들어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불안했다"며 "다행히 바람이 바다 쪽으로 불어서 큰 사고는 없었던 것 같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부산보건환경연구원도 차량 2대를 가동해 공기 오염도를 측정했다.

photo 지난 24일 밤 불이 난 부산 동구 55보급창 앞.



이런 상황에서 미군의 통제로 부대 내 진입이 불가해 경찰 등 관련 기관의 화재 피해 등 구체적 상황 파악이 쉽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초진 작업 내내 소방 당국은 "SOFA에 따라 구체적 상황은 공개가 안 된다"며 "현재 화재진압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만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완전 진화 뒤 합동 감식 여부는 미정"이라며 "불이 난 창고는 미군 자산이어서, 경찰이 어디까지 개입 가능한지 외사 부서와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부산시 재난 담당 부서에서도 합동 감식과 관련해 구체적 일정을 알지 못했다. 시 관계자는 "행정안전부에서 내려온 사회적 재난 사고 매뉴얼에는 치외법권 상황은 포함돼 있지 않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 2014년 3월 대구 미군 부대 캠프헨리 은행에 불이 나 2시간여 만에 꺼졌다. 같은 해 1월에는 대구 캠프 워커 부대 상점에 불이 나 매연이 인근 주택까지 확산하고 완전 진화에 2시간 이상 걸리기도 했다. 당시 화재가 발생한 미군부대가 치외법권 지역이라 경찰과 소방 당국이 화재원인 등을 자체 조사할 수 없었고, 미군이 조사 결과를 경찰·소방 당국에 보고할 의무가 없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photo 지난 24일 밤 불이 난 부산 동구 55보급창 정문에서 소방차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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