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납신청 전년比 4분의 1로 ↓
1인당 평균 분납액 3배 늘어나
작년 기본공제액 확대 효과에
공시지가 현실화 폐지도 한 몫
문재인 정부에서 중산층에게까지 과세되면서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종합부동산세가 윤석열 정부에서는 원래 도입 취지에 맞게 ‘부유층 세금’이 됐다는 사실이 수치로 확인됐다. 지난해 종부세 분담을 신청한 납세자가 2022년 대비 4분의 1로 줄고, 1인당 평균 분납액은 3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윤 정부의 공시지가 현실화율 하향으로 중산층에서의 종부세 납세 인원이 줄었기 때문이다.
2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이 국세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종부세 분납신청 인원은 1만5364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2022년 6만7489명에 비해 급락한 것으로, 2020년(1만9251명)과 2019년(1만89명) 사이로 회귀한 수준이다. 이처럼 분납신청 인원은 77%(5만2125명)나 줄었지만, 신청 총액은 29%(4211억 원)밖에 줄지 않았다. 1인당 평균 신청액도 2200만 원에서 6900만 원으로 크게 올랐다.
이는 지난해 종부세 기본공제액이 늘고 세율은 낮아지는 등 전체적인 세 부담이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행 분납제도에 따르면 납부할 세액이 250만 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만 분납을 신청할 수 있다. 즉 과세액이 250만 원 이하인 중산층 납세자가 지난해에는 분납신청에서 대거 빠져나갔다는 의미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기획재정부도 2023년도 주택 종부세 납부자가 3분의 1로 줄었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평균 분납신청액이 늘어난 것은 다주택자·토지소유자 등 일부 부유층의 종부세는 오히려 늘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윤 정부가 지난 19일 문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방침을 폐지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함영진 우리은행 자산관리컨설팅센터 부장대우는 “지난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18% 정도 하락했고, 1·13 대책으로 조정대상지역도 대거 해제되면서 과세 대상이 많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문 정부 당시 폭등하는 부동산 시장에 브레이크를 걸기 위해 중산층에게까지 적용됐던 종부세가 2005년 첫 도입 당시의 보유세 현실화라는 취지를 이제야 제대로 찾아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도 “하위 집단이 빠져나가 평균 신청액이 늘어난, 모수 변동에 따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박 전문위원은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방침’ 폐지와 맞물려 종부세가 원래 취지를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는 전망도 내놓았다.
구혁·전세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