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수없이 많은 금주령이 내려진 주된 이유는 술 권하는 사회의 폐단을 없애려는 데 있지 않다. 술의 주재료인 쌀은 주식이기도 한데 이를 마셔 없애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이런 사례로 보면 떡의 주재료도 쌀이니 떡은 꽤나 귀한 간식이다. 그런데 묘하게도 우리의 일상 표현에서 떡은 후한 대접을 받지 못하는 일이 많다. 맛있는 떡을 먹다 ‘떡칠, 떡고물’ 등의 표현이 생각나 떡 본 김에 제사를 지내본다.
물감이나 화장품을 여러 겹 두껍게 바른 것은 왜 떡칠이라고 할까? 떡에 고물을 묻히기도 하니 그것에 착안해 한 말일 수도 있지만 떡을 빚을 때 고물을 ‘떡칠’하는 일은 별로 없다. 결국 여러 겹으로 너무 많이 바르다 보니 떡처럼 되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떡칠은 ‘떡이 지다’와 같은 표현으로 확대되기도 하는데 예쁘게 한 화장이 떡이 지면 반길 일은 아니나 죄 없는 떡의 처지에서는 억울할 노릇이다.
부정하게 일을 보아주고 받는 금품을 왜 떡고물이라고 할까? 떡의 주재료인 쌀만으로 충분히 맛이 있지만 여러 종류의 고물을 묻히면 특별한 맛이 더해진다. 고물이 맛있을지라도 떡의 핵심은 역시 쌀로 빚은 부분이니 떡고물을 노리는 것은 간이 작은 도둑이 소소한 이익을 취하려는 태도를 비꼬는 말일 것이다. 떡고물을 넘어 아예 ‘떡값’을 취하는 도둑 심보를 가진 이도 있으니 떡고물은 귀여워 보이기도 한다.
부정으로 떡칠을 일삼고 떡고물을 넘어 떡값을 탐하는 집단이나 개인이 있다면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그런 행위를 보고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려는 태도도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떡고물이나 떡값과 관련된 표현은 주로 공직자들에게 쓴다. 떡의 참맛은 고물이 아니라 쌀로 빚은 것 자체에 있다. 스스로 떡메를 치고 고물을 위한 가루를 내어 떡을 빚어본 이는 스스로의 노력하는 과정에 흘린 땀의 소중함을 안다. 그렇게 빚어진 떡을 억울하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