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유가족, 광화문광장에 설치 요청
서울시 “열린광장 원칙 안맞아”
유족 “영정 옮길 것” 강행 의사
서울시의회 앞으로 자리 옮긴
‘세월호 추모공간’처럼 될수도
내일 100일 시민추모대회 예정
이태원 핼러윈 참사 유가족이 서울시에 광화문광장에 추모공간 설치를 요청했으나 시가 허가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시는 임시 추모공간 및 소통공간으로 지하철 녹사평역사를 제안, 유가족은 광화문광장을 선택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유가족의 이번 제안이 광화문광장에 추모공간을 설치한 뒤 철거를 두고 갈등하다 결국 서울시의회 앞으로 자리를 옮긴 세월호 추모공간을 떠올리게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3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윤복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10·29 이태원 참사 대응 태스크포스(TF)’ 단장은 유가족을 대표해 이태원 참사 행정안전부 지원단에 추모공간을 광화문광장 내 세종로공원에 설치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이 자리에는 지원단 관계자와 서울시 관계자가 참석했다.
윤 단장은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현재 녹사평역 근처에 있는 분향소는 외져 시민들에게 유가족의 주장을 알리기에 적합하지 않다”며 “이태원 상인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하고 윗선의 책임도 촉구하기 위해 정부서울청사 바로 앞에 분향소를 설치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녹사평역 분향소를 유지하길 원하는 유가족도 있어서 이전이 아닌 추가 설치를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열린 광장’ 운영 방침과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다음 날인 31일 불허 결정을 내리고 윤 단장에게 전달했다. 시는 지난해 광화문광장을 녹지 쉼터로 단장해 다시 문을 열며 구조물 설치를 불허하고 있다.
일각에선 광화문광장에 추모공간 설치를 요구하는 세월호 유가족을 연상케 한다며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 이후 새롭게 조성된 시의회는 세월호 유가족에 추모공간 철거를 요구하고 있지만, 유가족들은 광화문광장에 구조물 설치를 요구하며 버티고 있다.
지난해 11월 6일 시민들이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에 조성된 추모공간에서 이태원 핼러윈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고 있다. 뉴시스
오는 4일 ‘10·29 이태원 참사 100일 시민추모대회’를 앞두고 광화문광장에선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시는 유가족에게 녹사평역사 플랫폼이 위치한 지하 4층에 임시 추모공간 및 소통공간 설치를 제안했지만, 유가족이 뚜렷한 의사를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광화문광장을 선택한 상황이다. 윤 단장은 “이태원 분향소에서 가져온 영정사진을 그럼 어디에 두냐”며 “광화문광장으로 옮길 것”이라고 밝혔다.
민정혜 기자 leaf@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