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2017년 7월 19일 국회에서 열린 자신의 인사청문회에서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얼굴을 만지고 있다. 김호웅 기자
검찰이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임기가 남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공기관장 사퇴를 압박했다는 이른바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 당시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의 사퇴 강요 지시 사항이 담긴 수첩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정황 증거에 근거, 백 전 장관에 대한 소환 조사가 불가피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문화일보 5월 11일자 8면 참조)
13일 복수의 사건 관계자들에 따르면, 산업부 에너지자원실 소속 공무원은 백 전 장관이 주재하는 회의 때 ‘장관 지시 사항’으로 표시, 관련 발언을 상세하게 수첩에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첩에는 2017년 8월 2일 에너지자원실 과장단 회의에서 백 전 장관이 “산하기관 인사를 서둘러라”라고 발언한 내용 등이 기재됐다고 한다.
수첩에는 또 백 전 장관이 “에너지 관련 공공기관장 임기만료 인사 규정이 없다고 그대로 놔두는 것은 곤란하다”고 지시한 내용도 담겼다고 한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한 산업부 공무원은 해당 수첩에 기재된 회의 날짜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남동발전 등 한국전력 발전 자회사 4곳 사장을 불러 사퇴를 종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당시 ‘일괄 사직서’를 낸 사장들은 짧게는 1년 4개월, 길게는 2년 2개월 임기를 남겨두고 있었다.
최근 서울동부지검이 대전지검 수사 기록을 열람, 복사한 것도 해당 수첩 내용 등을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 전 장관의 공공기관장 사퇴 압박 지시가 담긴 수첩은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을 맡은 대전지검 수사팀이 확보했다.
이에 따라 서울동부지검이 조만간 백 전 장관을 소환해 산하 기관 사퇴 압박 지시 경위 등을 파악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법조계 관계자는 “대전지검에서 맡았던 월성 사건과 서울동부지검에서 수사 중인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이 문 정부 초기에 벌어진 일이라, 사건 관계자와 시기가 상당 부분 겹친다”며 “수사기록 열람을 통해 분리돼 있던 두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맞추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정선 기자 wowjot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