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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로 프로 꿈 좌절… 피팅으로 새 골프인생 찾아”

최명식 기자
최명식 기자
  • 입력 2017-04-21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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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연병모 원장이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골프채 병원 작업실에서 고객이 맡기고 간 드라이버 샤프트를 교체한 뒤 강도를 체크하고 있다. 곽성호 기자 tray92@


연병모 연병모 골프채 병원장

서울 강남구 삼성동 주택가 골목길. 세인들의 관심을 받았던 박근혜 전 대통령 사가와 가까운 한 건물 입구에 ‘연병모 골프채 병원’이란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그동안 ‘○○피팅숍’이나 ‘○○골프닥터’란 간판은 많이 봐왔지만 골프채 병원은 처음이었다.

지난 14일 이곳에서 연병모(45) 원장을 만났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골프채를 수리하는 공구들이 즐비했고, 연습용 타석과 사무 공간이 있었다. 작업복을 입은 연 원장은 마침 단골이 맡긴 아이언 세트의 샤프트를 교체하고 있었다. 주말 골퍼뿐 아니라 프로, 학생 선수, 클럽챔피언급 등 아마고수가 그의 고객이다.

연 원장은 한때 투어프로를 꿈꿨다. 촉망받는 프로지망생이었다. 그러나 19년 전의 교통사고로 인해 그 꿈은 물거품이 됐다. 그리고 살길을 찾아야 했다. 그게 ‘피팅’이었다. 우연히 일본에서 피팅을 배운 친구를 만나 4년간 피팅 기술을 배웠다. 2006년 지금의 장소로 옮겨 골프채 병원이란 간판을 달았다. 선수생활을 했던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연 원장은 “20∼30대 골퍼가 늘어나면서 기능성에 컬러를 더해 멋스러움도 강조하는 패턴으로 피팅 형태가 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 원장이 골프를 처음 시작한 것은 용인대 1학년이었던 1994년이다. 강원 고성군 거진 출신인 연 원장은 어릴 적엔 골프를 몰랐다. 대학에서 특수체육을 전공했던 연 원장은 교양과목으로 골프를 배웠다. 교내에 200m짜리 드라이빙 레인지가 있었다. 초·중학교 때까지 육상을 했던 연 원장은 프로골퍼가 되기로 마음먹고, 3학년 때인 1996년 본격적으로 골프에 빠져들었다. 대학 선수로 등록하고 대회에도 출전했다. 1998년 졸업과 함께 티칭프로 자격증을 획득했고, 곧바로 경기 여주의 남강골프장(현 시그너스)에 경기과 소속 프로로 입사했다. 하지만 그해 겨울 교통사고가 났다. 골프장에 가는 길에 졸음운전을 해 중앙선을 침범한 덤프트럭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트럭 밑으로 차가 깔렸다. 다행히 운전석 등받이가 충돌로 부서지면서 몸이 뒤로 넘어가 생명은 건질 수 있었다. 오른쪽 다리는 무릎 아래 뼈가 다 으스러졌고, 왼쪽 다리는 인대가 끊어졌다. 1년 이상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살아 있는 게 기적이었다.

퇴원한 뒤, 2001년부터 재활을 위해 몸부림쳤다. 한국프로골프협회(KPGA)의 2부와 3부 투어에 출전했지만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교통사고 후 오른쪽 다리가 2㎝ 정도가 짧아졌기에 어드레스를 하면 예전보다 오른쪽으로 더 기울어졌고 볼 탄도는 더 높아졌다. 연 원장은 “3부 투어에 출전했는데, 경쟁자들의 수준이 무척 높아졌다는 걸 느꼈다”며 “1∼2오버파로 예선에서 탈락하기 일쑤였다”고 기억했다.

연 원장은 “국내 피팅숍은 300곳이 넘는다”면서 “이곳은 다른 곳과 달리 공방처럼 운영한다”고 말했다. 골프채를 진열해 판매하는 게 아니라, 고객이 필요한 것을 주문하면 제작한다. 작업실 내엔 ‘진료카드’가 있는데, 이곳을 이용한 고객 카드는 1100장이 넘는다. 연 원장은 “단골 중 주문서를 담은 종이(카드), 메모지가 100장이 넘는 분도 있다”며 “자주 오시는 분 중엔 1주일에 적게는 한두 번, 많게는 4차례 이상 ‘출근’하는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립이 조금만 이상해도 부리나케 달려오고 기존 제품이 나오면 일단 산 뒤 이곳에서 샤프트를 교체하는 고객도 있다. 연 원장은 “나이가 들면서 근력이 떨어진 탓에 샤프트를 가벼운 것으로 바꾸려는 골퍼가 상당수”라면서 “물론 초보자도 찾아오고, 골프채를 사기 전 조언을 구하기 위해 오는 분도 있다”고 말했다.



연 원장의 베스트는 5언더파 67타다. 교통사고 직전 물이 올랐을 무렵 작성했다. 연 원장은 “요즘 고객들의 성화에 2주에 1번 정도 라운드를 나가는 편”이라면서 “블루 티에서 70대 중 후반, 화이트 티에서는 70대 초반 스코어를 남긴다”고 밝혔다. 드라이버 비거리는 예전보다 줄었지만 240∼250m 정도는 문제없다. 아직 홀인원은 없지만 어프로치 샷이 그대로 들어가 이글을 작성한 것은 10차례가 넘는다.

연 원장은 예약제로 운영한다. 그래서 분주하지 않은 편이다. 손님당 1시간에서 많게는 3∼4시간 걸리는 경우도 있고, 밤샘 작업도 잦다. 아이언 1세트를 작업하는 데 4∼5시간이 걸린다. 간단한 작업은 1시간 전후로 즉석에서 해결한다.

연 원장에게는 그 흔한 스윙분석 시스템도 없다. 고객 중 기계적인 숫자를 불신하는 사람이 많은 탓도 있다. 게다가 그는 골프는 감각이 더 중요하다고 여긴다. 연 원장은 “피팅이란 단순히 숫자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 감각을 동원해야 하는 분야”라면서 “프로나 주니어 선수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골프채는 운동기구다. 그래서 개인마다, 골프채마다 느낌이 다르다. 연 원장은 고객으로부터 골프채의 느낌을 설명받고, 수정 작업에 착수한다. 라이 각 수정이 잦다. 라이 각을 펴 드로가 덜 걸리도록 해주고, 페이드가 많이 난다면 라이 각을 세워주는 경우도 있다.

연 원장은 “골프가 너무 재밌어 지금까지 이 일을 하고 있다”면서 “골프를 직접 하는 것보다는 골프채를 뚝딱거리며 만드는 게 더 좋다”고 말했다. 고객에게 골프를 가르쳐 주는 것도 보람. 연 원장은 “하고 싶은 일을 하기에 나 자신을 행복한 사람이라고 여긴다”면서 “큰돈은 벌지 못하지만 골프와 함께 먹고살 수 있기에 만족한다”고 덧붙였다.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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