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평창동 한국명상심리상담연구원에서 만난 서광 스님은 “명상은 우리 자신의 스승이 돼가는 길”이며 “무아의 관점에서 가슴을 열고 우리 자신에 대해 배우는 것”이라고 말한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1 말을 길들이듯 마음에 올라타기
# 명상이란
우리의 일상은 때로는 즐겁고 때로는 괴롭습니다. 자고, 먹고, 일하고, 공부하고, 사랑하고, 미워하고…. 우리가 하는 이 모든 일상이 우리의 인생 여정이며 우리가 살아가는 길입니다. 명상은 그러한 우리의 여정에 힘을 주고, 더 많이 감사하고 즐겁게 걸어갈 수 있도록 스스로를 교육하는 훈련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명상은 우리 자신의 스승이 돼가는 길이기도 합니다.
# 우리가 우리 자신의 스승이 된다는 것은
붓다는 삶의 여정에서 최고의 스승이 바로 우리 자신이라고 했습니다. 우리가 우리 자신의 스승이 된다는 것은 바로 무아(non-ego)의 관점에서 가슴을 열고 자신에 대해 배우는 것입니다. 누구를 흉내 내거나 애쓰는 것이 아니라 그냥 따뜻한 호기심으로 우리의 타고난 순수성과 지성을 체험해가는 길입니다. 그것은 또한 우리 자신과 친구가 돼가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스스로에 대해 더 많이 배워갈수록 우리는 자신에게 더 많이 감사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자신의 스승이 돼 스스로를 가르친다는 것은 누구의 손길도 닿은 적이 없는 야생마를 길들이는 것과도 같습니다. 우리 마음은 과거의 기억과 상처들, 그리고 미래의 꿈과 희망, 불안, 또 현재 당면한 일들 앞에서 끊임없이 출렁이고 변덕스럽기 때문입니다. 야생마의 등에 안장을 얹고 고삐를 매달고 입에 재갈을 물리기 위해서는 일정한 인내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순간순간 변화하는 마음의 고삐를 붙잡기 위해서도 똑같은 과정이 필요합니다. 말의 고삐를 단단히 붙잡고 있어야 말을 다루는 것이 수월해지듯이, 마음의 고삐를 붙잡고 있어야 마음을 다루기가 한결 수월해집니다. 우리는 명상이라는 수행을 통해 마음에 안장을 얹고, 고삐를 붙잡는 훈련을 할 수 있습니다.
# 마음의 고삐를 잡고 마음에 올라타기
우리가 처음 야생마의 등에 올라탈 때, 야생마는 우리를 획 던져버릴지도 모릅니다. 아무리 고삐를 단단히 붙잡고 있어도 야생마를 다루는 일은 적지 않은 투쟁과 노력을 필요로 합니다. 우리의 마음에 안장을 얹고 올라타는 일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일상에서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감촉하고, 생각하는 것들을 싫어하고 좋아하는 마음 상태를 끊임없이 반복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모든 것은 마음의 문제라는 사실을 어렴풋이나마 깨달은 사람들은 마음을 훈련하기 위해 명상에 관심을 갖기 시작합니다.
이제 잠깐 명상을 실습해 보겠습니다. 전화기를 무음으로 하고, 편안한 자리에 앉아서 등을 바르게 세웁니다. 눈을 부드럽게 감거나 뜨고 주의를 호흡으로 가져갑니다. 편안하게 숨을 깊이 들이쉬고 내쉬어 봅니다. 생각이 일어나면 좋은 생각이든 나쁜 생각이든 판단하지 않고 그냥 ‘생각이구나’라고 속으로 말하고 다시 호흡으로 돌아옵니다. 처음에는 3분 또는 너무 길지 않은 적당한 시간에 부드럽게 눈을 뜹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야생마 등 위에 안장을 얹기 시작하고, 마음은 훈련을 받기 시작합니다. 우리의 마음은 점점 덜 불안해지면서 조금씩 통제가 가능해집니다. 이러한 명상훈련을 ‘사마타’(shamatha)라고 하는데, 말 그대로 ‘평화롭게 머문다’는 뜻입니다. 조금씩 집중력이 길러지고 마음이 좀 더 안정되면서 불편함이나 혼란스러움으로부터 자유로워집니다.
이렇게 자주 명상을 하다 보면 강박적으로 떠오르는 생각들이 녹거나 사라지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우리는 보통 우리의 생각에 주의를 두지 않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생각이 시키는 대로 반응하고 행동해 생각을 강화시키게 됩니다. 그러나 고요하게 앉아서 그 생각들을 아무런 판단 없이 그냥 바라보면 저절로 사라집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에고(ego) 너머의 ‘통찰’을 의미하는 위파사나(vipashyana) 수행이 가능해집니다. 통찰은 탐욕이나 공격성, 방어기제 없이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입니다. 우리가 걷고 있을 때는 발걸음을 알아차리고, 밥을 먹거나 설거지를 하거나 양치질을 하거나 옷을 입는 일상적인 행동에 대해 계속적으로 마음 챙김을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그와 같은 반복적인 일상의 일들이 점차 거룩한 경험으로 다가오기 시작할 것입니다. 제가 이 글을 쓰는 데 아이디어를 준 초감 트룽파 린포체는 사마타가 샤워를 하는 것이라면, 위파사나는 샤워를 하고 나서 수건으로 몸을 말리고 옷을 입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전자가 주로 앉아서 우리 자신에 대해 배우는 것이라면, 후자는 일상의 경험을 통해 배우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왜 명상을 할 때 호흡을 사용할까요? 그것은 우리가 호흡과 함께 이 세상에 왔고, 지금껏 우리의 인생 여정에서 단 한 번도 호흡을 멈춘 적이 없으며, 이 세상을 떠날 때도 마지막 호흡으로 인생 여정을 마무리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호흡에 대한 자각을 시작으로 하는 명상 수행은 기본적으로 특별한 도구나 장소, 조건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빈부, 신체조건, 성별, 지위, 나이, 인종 등 그 어떤 것도 본질적으로 명상에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습니다. 명상은 우리의 인생 여정을 감사와 행복으로 채우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도구입니다.
◇서광 스님은
1992년 운문사 명성 스님을 은사로 출가. 이화여대 대학원 교육심리학 석사, 미국 보스턴대 대학원 종교심리학 석사, 소피아대 대학원 심리학 박사. 보스턴 서운사 주지 역임. 현재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불교상담심리학 교수, ㈔한국명상심리상담연구원 원장. ‘현대심리학으로 풀어본 유식 30송’ 등 저서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