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프로배구 43세 최고령 엄마 이수정과 딸 변채림의 소망
여자프로배구 흥국생명의 이수정(43·사진) 플레잉코치는 선수들보다 30분 일찍 훈련장에 나와 체력 훈련을 한다. 아무래도 ‘젊은이’들에 비해 ‘기력’이 딸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감각은 여전히 살아 꿈틀거린다.
세터 이수정은 1991년 한일합섬에 입단했고 국가대표로 활약했다. 2003년 은퇴하고 지도자의 길로 들어섰지만 지난 9월의 2015∼2016 여자배구 신인드래프트에서 수련선수로 흥국생명에 입단했다. 신인드래프트에 나온 ‘동기’들과는 25세 차이. 종전 여자배구 최고령이었던 장소연(41·도로공사), 남자 최고령 후인정(41·한국전력)의 기록을 경신했다.
지난 26일 경기 용인시 흥국생명 체육관에서 만난 이수정은 “프로배구가 은퇴한 뒤인 2005년 출범했기에 아쉬움이 있었는데 기회가 왔다”며 “하지만 아마와 프로는 하늘과 땅 차이여서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수정은 절친한 선배 박미희(52) 흥국생명 감독의 부름을 받아 프로 새내기가 됐다. 주전 세터 조송화(22)가 부상으로 전반기 결장이 불가피해졌고, 백업 세터 김도희(18)는 경기 경험이 없기 때문에 이수정에게 S.O.S를 보냈다. 박 감독은 이수정의 나이를 고려, 플레잉코치로 임명했지만 이수정은 선수의 역할을 더 많이 하고 있다. 이수정은 지난 11일 개막전을 포함, 팀이 치른 5경기 중 3게임에 출장했다. 흥국생명은 30일 현재 4승 1패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수정의 든든한 후원자는 그의 딸 변채림(16·중앙여고 1년·작은 사진)이다. 유망주로 꼽히는 변채림은 중앙여중에 다닐 땐 팀의 코치였던 어머니로부터 직접 기술을 전수받았다. 변채림은 2년 뒤 신인드래프트에서 지명돼 엄마와 함께 코트에 서는 게 꿈이다. 국내 프로스포츠 공식 경기에 모녀가 함께 출전한 사례는 아직 없다. 변채림은 “TV로 엄마의 경기 중계를 볼 때마다 엄마가 전보다 많이 말랐다는 생각이 들고, 그래서 엄마에게 (내가 졸업할 때까지) 2년만 버티시라고 매일 이야기한다”며 “프로에서 엄마가 올려주는 토스를 받아 스파이크하고 싶다”고 말했다.
용인=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