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20일 서울 강서구 염창동 한나라당 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해단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심만수기자
이명박 대통령당선자는 “경제가 산다는 것은 결국 기업이 투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살리기는 차기 정부의 국정과제 제1순위로 꼽혀왔고, 핵심열쇠는 투자에 있다는 당연한 강조다. 투자는 300만개 일자리 창출과 7% 성장공약의 출발선이자 성패의 관건이다. 문제는 지금도 대기업들이 돈이 없어서 투자하지 않는 게 아니라는 점인데 이 당선자는 도대체 어떻게 지갑을 열어 투자하게 만든다는 것일까. 방법론의 밑그림은 상당부분 진척돼 있다. 우선 이 당선자는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 자체로 투자의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우선적으로 중요한게 반(反)기업 정서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을 해소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다음 문제는 규제완화를 비롯한 법과 제도 개선이다. 이 당선자는 “인수위가 발족되면 새 정부가 투자 분위기를 어떻게 바꿀건지 직접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이 당선자측이 쥐고 있는 열쇠는 금산분리 완화, 출자총액제도제한 완화 및 산업은행의 부분민영화, 온렌딩(on-lending·현지대출) 방식 등이다. 외국인 투자유치확대를 위해 이 당선자는 “인수위에 외국인 투자를 위한 조직도 만들겠다”고 말했다.
◆ 대기업이 투자전선에 나서게 하라 = 현재 10대 대기업이 150조원의 현금을 ‘금고’에 그냥 넣어두고 있는 실정이다. 이 당선자는 이런 대기업을 투자에 나서게 함으로써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도구로 인식한다. 관건은 대기업이 투자를 꺼리는 최대 이유인 투자리스크를 덜어주는 데 달려있다. 선대위 정책기획팀장을 맡았던 곽승준 고려대 교수는 “투자의 위험도 분산은 금융기관이 해결해줘야 한다”고 제시했다. 금산분리 완화론이 나오는 배경이다. 금융선진화로 성장의 혈액 역할을 담당케 한다는 구상이다. 과거 기업들이 문어발식 경영이나 정책금융으로 리스크를 해결했던 상황과는 많이 달라져 있기 때문에 대기업이 은행을 통해 투자에 나서도록 한다는 방법론이다. 외국과 달리 취약한 은행의 투자기능을 활성화한다는 것이다. 또 펀드나 국민연금과 같은 연기금 기관투자가도 은행을 소유할 수 있게 할 생각이다. 산업은행의 정책금융 기능을 제외한 투자부문 민영화 방안도 해결책이다. 금산분리 완화는 외국자본과 비교해 국내 산업자본에 대한 역차별 문제나 외국자본의 국내 은행 지배 심화 문제도 해소할 것으로 본다. 이와 함께 출총제 폐지도 비슷한 맥락에서 추진할 방침이다. 각종 규제철폐도 상당수준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원칙적 금지, 예외적 허용(포지티브방식)’에서 ‘원칙적 허용, 예외적 금지(네거티브 방식)’로의 전환이다.
◆ 중소기업에로 돈이 흐른다 = 이 당선자는 후보시절 산은 민영화 방식을 설명하며 “정부기능이 상실된 국책은행은 민영화해 그 재원으로 유망 중소기업의 투자와 미래성장동력 산업을 발굴하는 데 사용하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산은 투자기능의 민영화는 중소기업 자금을 만드는 방안을 가능케 한다. 72조원으로 추산되는 산은 지분 가운데 기업들 컨소시엄 형태의 인수자에게 팔아 민영화로 마련된 매각대금 20조~30조원은 중소기업 지원기금으로 들어가게한다는 구상이다. 대기업 컨소시엄이 은행을 산 돈이 중소기업으로 흐르게 하는 방식이다. 이 당선자가 강조해온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패키지로 해결하는 연결고리에 해당한다. 이 당선자는 “내 정책은 친대기업 정책이 아닌 친기업 정책”이라고 강조해왔다. 이 당선자는 또 “ 무엇보다 정부가 민간 금융시장과의 협조를 통해 간접적으로 시장을 육성하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유럽연합(EU) 국가들이 채택하고 있는 온렌딩 방식이 좋은 예”(10월18일 세계지식포럼 강연)라고 밝혔다.
◆ 부작용에 대한 반박 = 윤건영 한나라당 의원은 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함으로써 문어발식 사업, 다른 기업정보 이용 등이 우려된다는 지적에 대해 “현재의 은행과 같은 사전규제와 충분한 사후감독 강화로 해결된다”고 설명했다. 곽 교수는 삼성그룹 등 대기업의 은행소유로 인한 부작용에 대해 “재벌이 돈이 없으면 몰라도 굳이 은행을 소유할 필요도 없고, 은행을 소유하게 되면 더 고강도의 경영투명성을 요구받는 상황이라 가능성이 별로 없다”고 전망했다. 이 당선자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산업자본의 참여를 원천 봉쇄할 필요는 없고 은행 소유주에 대한 엄격한 ‘적격성 심사’를 통해 감독을 철저히 하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협·김충남기자 jupit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