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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일제 탄압...5공때야 ‘민속의 날’로

한강우 기자
한강우 기자
  • 입력 2005-02-07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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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최대의 명절 설날은 우리가 한민족이라는 일체감과 공동체의 결속을 다지도록 한다는 점에서는 단순한 명절 이상의 기능과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설날은 일제 강점기에 ‘신정’으로 바뀐 뒤 이중과세(1공화국)-민속의 날(5공화국)-설날(6공화국) 등의 우여곡절을 거치며 거의 100년동안 수난을 당해왔다.

◈일제 강점기〓일제가 양력설을 신정이라는 이름의 공식 명절로 지정하면서 설날의 수난은 시작된다. 일제는 민족 고유 명절인 음력설을 ‘구식 설날’이라는 뜻의 ‘구정’이라 이름 붙여 탄압했다. 일제는 음력설을 못 쇠도록 하기 위해 섣달 그믐 전 1주일 동안 떡 방앗간을 돌리지 못하게 했다. 또 음력 설날 아침 흰 옷을 입고 세배를 다니는 사람에게 검은 물이 든 물총을 쏘아 얼룩지게 하는 등 갖가지 박해를 가했다. 그러나 일제가 음력설을 없애지는 못했다. 조선인들의 ‘양력설=매국’, ‘음력설=애국’이라는 저항의식을 후손들이 완강하게 고수했기 때문이다.

◈이승만 정부〓설날의 수난은 해방이 돼도 끝나지 않았다. 개신교 등 미국 문화에 경도됐던 이승만 정부는 양력 중심의 사고를 더욱 고착시켰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은 철저한 양력 신봉자로 신정의 사흘 연휴를 법제화했다(1949년 6월 4일). 이때 신정과 구정이 병존하면서 ‘이중 과세’라는 표현이 처음 등장했다.

◈박정희 정부〓박 전 대통령도 철저한 양력 신봉자였다. 그는 ‘이중 과세’마저 용납하지 않았다. 음력설을 완전히 뿌리 뽑을 생각으로 음력설을 공휴일에서 아예 제외해 버렸다. 음력설에는 학교수업을 강행했고, 공장들은 문을 열도록 강제하기도 했다.

◈전두환 정부〓전 전 대통령 집권시절 구정 대신 ‘민속 명절’이란 이름으로 돌아왔다(1985년 1월 21일). 민심을 붙잡을 필요가 있던 전 정권은 음력설을 ‘민속 명절’이라는 이름의 공휴일로 지정했다. 이중과세가 합법화된 것. 설날 귀성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도 이때부터다.



◈노태우 정부〓1989년 대통령령인 ‘관공서 공휴일에 관한 규정’이 개정(2월1일)되면서 설날과 추석 연휴를 이틀에서 각각 사흘로 늘리고, 그 대신 신정 연휴는 사흘에서 이틀로 줄였다. 설과 신정의 비중이 이때서야 역전됐다.

◈김대중 정부〓외환위기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던 1999년 1월1일, 공휴일이 많다는 이유로 대부분의 관공서는 신정 하루만 쉬고 2일부터 정상 출근하게 됐다. 이때부터 실질적으로 신정연휴가 폐지되고 음력설이 복권된다. 영남대 배영순(56·국사학과)교수는 “양력 1월1일이란 부활절을 춘분 다음에 오도록 1월1일을 정했을 뿐 아무런 의미가 없음에도 음력은 비과학적이라는 터무니 없는 주장에 밀려 음력설조차 100년동안 수난을 겪어왔다”고 말했다. 한강우기자 hang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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