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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해주 반달곰’ 은 ‘한반도 혈통’

  • 입력 2004-06-03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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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공원이 북한의 ‘토종 반달가슴곰’을 들여오기 위해 대공원의 호랑이를 북한에 보내기로 했다고 한다. 그런데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는 지리산의 반달가슴곰을 복원하기 위해 러시아 연해주의 우수리 지역에서 곰을 들여오려는 계획을 추진중이다. 이 계획에 대해 언론에서 ‘혈통 문제’를 제기한 바 있어 이 분야 전문가로서 의견을 밝힌다.

연해주의 반달곰에 대한 혈통 문제 제기는 ‘러시아 곰’을 들여온다고 우리 토종 곰이 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는 한 마디로 야생동물의 ‘혈통’에 대해 모르고 있기 때문에 나왔다고 본다. 단지 몇몇 전문가의 의견만 들었어도, 아니 조금만 더 깊이 생각했어도 그러한 문제 제기가 얼마나 상식 밖의 일인지 잘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북한뿐만 아니라 연해주 지역의 반달곰을 들여오는 것이 오히려 우리 토종 곰의 잃어버린 혈통을 이으면서 우리의 잃어버린 역사도 되찾는 한 방법이다.

그 이유는 우선, 최근 한국과학재단 지정 야생동물유전자원은행과 서울대공원이 공동으로 수행한 유전학적 연구 결과, 연해주 우수리 지역과 중국 동북부 및 한반도 지역의 반달곰이 유전적으로 하나의 혈통임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은 연구 결과 보고서 형태로 이미 환경부에 제출했다.

연해주 우수리 지역과 북한 사이에는 두만강 외엔 곰의 이동을 막는 큰 장애물이 없다. 야생 동물에게 국경은 의미가 없으며, 반달곰은 상당한 폭의 강물도 자유로이 헤엄쳐서 건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아침에 함경도에서 먹이를 먹던 수곰이, 저녁에는 암곰을 찾아 강 건너 우수리 땅을 어슬렁거릴 수도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이 두 지역 곰의 혈통이 다르게 진화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납득할 수 없다.

그리고 많은 생태학자들은 연해주와 한반도의 생태적 조건이 매우 비슷하다고 증언한다. 이것은 이 두 지역의 동식물상이 대부분 일치한다는 점에서도 증명된다. 그러므로 비슷한 생태적 조건을 가지는 인접 지역인 연해주와 한반도에서 살아 온, 이동 능력이 큰 대형 포유류가 각각의 환경에 별도로 적응, 진화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또 하나, 한반도와 연해주의 반달곰은 모두 같은 우수리 아종(Ursus thibetanus ussuricus)으로 분류된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한국 반달곰이 우수리 아종이 아닌 ‘울시니(wulsini)’ 아종에 속한다는 일부의 주장은 많은 학자들에 의해 부정되고 있다. 왜냐하면 울시니 아종의 분류는 너무 오래 전의, 너무 빈약한 자료(1928년, 두개골 1점과 가죽 2점)에 바탕을 두고 있고, 또 그 원전에 한반도의 곰에 대한 비교와 언급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의 오해는, ‘러시아’ 곰을 들여온다니까 마치 모스크바 근방의 어떤 서양 불곰을 들여오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인 듯하다. 그러나 국립공원관리공단이 들여오려는 곰은 불곰이 아니다.

한 때 청나라 땅이었고 비록 지금은 러시아 영토지만, 두만강 건너 연해주는 우리의 조상이 수 천년 동안 활동했던 고구려와 발해의 땅, 우리 독립군이 말을 타고 달리던 곳, 고려인의 한이 서려 있는 곳, 듣기만 해도 가슴 벅찬 우리의 잃어버린 땅이다. 우리가 들여오려는 것은 바로 그 연해주에 살고 있는 반달곰이다. 어쩌면 이 곰들이야말로 단군신화에 나오는 ‘웅녀’의 혈통을 잇고 있을지 모른다.

잃어버린 역사를 되찾기 위해서라도 우리의 옛 땅에 살고 있는 이 곰들을 들여와 풍전등화(風前燈火)와 같이 멸종위기에 빠져 있는 지리산 반달곰의 명맥을 한시바삐 이어야만 할 것이다. 같은 한반도의 북한 곰을 도입하는 것은 당연히 좋은 일이다. 그러나 연해주의 곰을 들여오는 것은 문화·역사적으로 한민족에게 있어 어떻게 보면 더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항 / 서울대 교수, 야생동물유전자원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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