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서울 마포구 홈플러스 합정점 우유 코너에 매대가 비어 있다. 국내 우유업계 1위인 서울우유는 지난달 20일부터 납품대금 협상 지연을 이유로 홈플러스에 납품을 중단한 상태다.
■홈플러스 매장 르포
네번째 기획에도 반응 시큰둥
“매진” 문구만 붙은채 비어있어
‘발란’ 등 유통업계 위기 확산
지난달 29일 주말을 맞은 서울 마포구 홈플러스 합정점. 법정관리에 돌입한 지 한 달째인 홈플러스가 할인 행사 ‘창립 홈플런 고객 감사제’를 진행 중이었지만 매장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라면·우유·김치·즉석밥 등 소비자들이 자주 찾는 상품 매대 곳곳에는 ‘매진’ 문구가 붙은 채 비어 있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날 장을 보러 온 한 30대 남성은 “찾는 라면 제품이 다 팔렸는지 안 보여 온라인으로 주문했다”고 말했다.
소비침체와 대내외 경영환경 악화로 유통가에 구조조정 회오리가 몰아치고 있다. 부도 위기로 법정관리에 돌입한 홈플러스는 대규모 할인 행사를 잇달아 열고 현금 확보에 온 힘을 쏟고 있지만, 납품업체와 소비자 모두 불안감에 휩싸이며 영업에 애를 먹고 있다. 해외 유명 브랜드 온라인 판매 플랫폼의 선두주자 격이었던 ‘발란’도 자금난으로 기업회생을 전격 신청하며 ‘줄도산’ 공포가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지난달 27일부터 진행 중인 할인 행사가 끝나는 오는 3일부터 새 판촉전을 계획 중이다. 지난 2월 말부터 시작한 ‘홈플런’에 이은 네 번째 행사다. 같은 날 시작하는 ‘온라인 슈퍼세일’과 함께 온·오프라인 동시 행사로 소비자를 끌어들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다른 경쟁 대형마트도 대규모 행사를 진행 중이기 때문에 이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진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할인 행사만으로는 홈플러스가 돌파구를 마련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슷한 할인 행사를 계속 열면서 소비자 관심도 갈수록 떨어지는 데다, 납품업체들이 대금 미정산을 우려해 상품을 적극적으로 공급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 패션 플랫폼 발란도 자금 경색으로 지난달 30일 전격적으로 기업회생을 신청하고 인수·합병(M&A)을 추진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재기 가능성을 낮게 본다. 지난해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로 온라인 쇼핑 플랫폼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졌고, 불황으로 고가 패션 소비가 줄면서 업황 전망 자체가 어둡기 때문이다. 한 패션 플랫폼 관계자는 “판매대금을 못 받은 판매자들이 해외 유명 브랜드 상품을 헐값에 내놓고, 시장이 혼란한 틈을 타 가짜 상품까지 무차별적으로 유통될 경우 생존 자체가 어렵다”고 말했다.
글·사진=김호준 기자 kazzy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