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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바닥 쪽잠 자고, 낮엔 농사 걱정에 집으로

이재희 기자 외 1명
이재희 기자 외 1명
  • 입력 2025-03-28 11:53
  • 수정 2025-03-28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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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겁나도 내 눈으로 직접 봐야”
허공 보다가 꺼이꺼이 울기도
영덕·영양, 인력 구호품 부족


영덕=이재희·영양=노지운 기자

“팔십 평생 산 집이 홀라당 타 버렸어. 허리디스크 약을 못 갖고 나와 사흘째 못 먹고 있는데, 다리가 아파 돗자리에 앉아있지도 못해….”

28일 오전 경북 영덕군 영덕국민체육센터 이재민 대피소는 불길이 번진 지 사흘째인 이날도 ‘아수라장’이었다. 대부분 70∼80대 고령인 이재민들은 지팡이에 의지해 느릿느릿 걷거나 후들거리는 다리를 붙잡고 휠체어를 탔다. 자원봉사자들은 쉴새 없이 구호물품이 담긴 박스를 날랐고 운동장에선 헬기가 굉음을 내며 날아다녔다. 이재민들은 은박돗자리를 깔고 담요나 패딩만 덮은 채 도시락을 먹었다. 이들은 “우리 집에 가 봐야 하는데 불은 언제 꺼지냐”고 물으며 발을 동동 굴렀고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허공을 응시하거나 바닥을 내려치며 “이제 내는 어떡하면 좋나”라며 꺼이꺼이 울기도 했다.



화마가 휩쓸고 간 영덕 피해마을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지품면 신안리에 사는 김헌영(53) 씨는 “가게, 집, 창고 할 것 없이 다 탔다. 애들 사진을 못 갖고 나온 게 천추의 한”이라며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 자식 셋을 건사해야 하는데 이제 뭐 해먹고 살아야 하냐”고 눈시울을 붉혔다. 밤사이 쪽잠을 잤다가 해가 뜨자 집·농사 걱정에 언제 화마가 닥칠지 모르는 마을로 향하는 이재민들도 있었다. 이날 오전 영덕국민체육센터에선 전날에 비해 100여 명이 빠져나갔고 영양군민회관의 경우 30∼40%가 줄어든 상태였다. 이재민 강모(72) 씨는 “불길이 걱정되지만 오늘은 비닐하우스와 작물을 정리해야 농사를 이어갈 수 있다. 어떻게 돼 있는지 내 눈으로 직접 봐야 한다”며 발걸음을 옮겼다.

현재 영덕·영양 지역에서는 인력과 물자가 부족해 이재민 지원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영덕엔 국민체육센터를 비롯해 28곳의 대피소가 마련돼 있고 28일 오전 기준 900명 정도가 머무르고 있지만 이불 등 물품이 부족해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영양에선 군민회관을 비롯한 4곳에 총 200여 명이 대피해 있지만 군청 직원은 대피소별로 3명씩만 배치된 상태다. 영양군청 관계자는 “군청 인력 자체가 많지 않은 데다 산불 진압에 총력을 가하고 있어서 대피소에 많은 인력을 투입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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