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의 ‘21세기 최고의 책’. 알라딘 제공
교보문고 등 책 직접선정·홍보
일부도서 판매 최대 30배 증가
대형 출판사 편중 선정 우려감
21세기 새로운 고전이 계엄 사태 이후 얼어붙은 출판시장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까. 최근 국내 주요 온라인 서점에서 21세기의 첫 25년을 돌아보는 21세기 ‘최고의 책’ 혹은 ‘클래식’을 꼽는 기획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월 알라딘이 선정한 ‘21세기 최고의 책’ 809권을 시작으로 지난달에는 교보문고에서 ‘21세기 클래식’ 50권을 꼽으며 독자들의 주목과 함께 출판계의 우려를 낳고 있다.
우선 알라딘의 ‘21세기 최고의 책’ 기획은 작가, 번역가, 출판인, 연구자, 활동가, 언론인 등 책과 관련된 추천인 106인을 대상으로 2000년대에 출간된 책 중 최고의 책 10권 선정을 요청하고 이를 취합해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의 ‘소년이 온다’가 1위를 차지한 가운데 김현경의 ‘사람, 장소, 환대’,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등 이번 세기 서점가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작품들이 이름을 올렸다. 알라딘 관계자는 이번 기획에 대해 “매체와 온라인 서점 등에서 일부 신간만 주로 소개되는 상황을 벗어나 독자들이 놓쳐서는 안 될 책들을 엄선해 소개하는 기회를 마련하려고 했다”며 “추천인들에게도 묻혀서는 안 될 주요한 작품과 저작들이 더 많은 독자와 만날 기회를 고려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뒤이어 등장한 것은 교보문고의 ‘21세기 클래식 50’이다. 뉴욕타임스에서 발표한 ‘21세기 최고의 책 100’에서 영감을 받은 이번 기획은 교보문고의 분야별 MD가 직접 21세기 고전을 선정해 발표한다. 오는 6월까지 소설 분야에서 매주 한 편씩 총 25권을 소개하고 오는 7월 테마별 도서 25편이 일괄 공개된다. 최근까지 공개된 소설로는 스티븐 킹의 ‘11/22/63’, 한야 야나기하라의 ‘리틀 라이프’, 클레어 키건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 켄 리우의 ‘종이 동물원’, 어니스트 클라인의 ‘레디 플레이어 원’ 등 근래 국내에서 주목받은 해외 소설들이 주를 이룬다.
매주 서점별로 추천하는 ‘이주의 책’에 선정되는 것만으로도 책 판매량이 많게는 2∼3배 이상 오를 정도로 서점의 큐레이션이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상황에서 한 주가 아닌 ‘25년’ 중 최고의 책을 꼽는 이번 기획의 효과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알라딘의 ‘21세기 최고의 책’이 발표된 후 선정작 가운데 배수아 작가의 ‘올빼미의 없음’은 30배 이상 판매량이 증가했고 리베카 솔닛의 ‘멀고도 가까운’과 정희진의 ‘페미니즘의 도전’ 등도 10배 이상의 증가세를 보였다.
알라딘 측은 “책 전문가들이 선정한 도서 목록이 소셜미디어를 비롯해 독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면서 판매량이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사회적 메시지를 담거나 문학성을 인정받아 오랜 기간 독서가들이 양서로 손꼽았던 책들이 새롭게 조명되었다는 점이 인상적”이라고 전했다.
서점가의 강화된 큐레이션 기획에 중소형 출판사를 중심으로는 “그들만의 리그”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 중소형 출판사의 대표는 “서점에서 추천하는 책에 대한 판매량이 오른다는 것은 곧 그 외 책에 대한 관심이 떨어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며 “안 그래도 중소형 출판사 입장에서는 서점에 책을 소개하고 홍보하기 힘든 상황인데 이번 기획으로 그 편중이 더 커질 것 같다”고 전했다. 장은수 출판평론가는 “대형 온라인 서점에서 이런 방식의 큐레이션을 하게 되면 시간이 지날수록 ‘빈익빈 부익부’는 심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특히 21세기 고전을 선정하는 일은 서점 MD보다는 여러 전문가가 신중을 기해야 할 일이다. 선정 과정에서 중소형 출판사에 대한 할당제 또한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재우 기자 shin2ro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