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했습니다 - 양주완(31)·이설아(여·33) 부부
저(설아)와 남편은 같은 그룹 내 금융 계열사끼리 진행한 3대 3 미팅에서 처음 만났어요. 당시 남편과는 별다른 이야기를 나눈 것도 없는데, 계속 남편에게 눈길이 가더라고요. 집에 가는 길에 남편에게 연락이 와서 기분이 무척 좋았답니다. 남편과 두 번째 만나는 날엔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수다를 떨었어요. 1·2차 합쳐서 10시간 가까이 떠들었더라고요. 대화가 너무 재밌어 휴대전화 한번 보지 않은 거 있죠? 평소 이성을 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부모님께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화목한 사람인가’인데요. 남편은 딱 그런 사람이었어요. 2차가 끝나고 서울숲을 산책하는데 남편이 “다음에 만날 때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대강 분위기를 눈치채고 지금 해달라고 했더니 남편이 수줍게 고백했습니다. 당연히 저는 OK 했고 그날로 연인이 됐어요.
연애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제 할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아버지께서 먼저 내려가시고 저와 어머니가 뒤따라 가려는데, 차표가 없는 거예요.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데 남편이 조심스럽게 제안하더라고요. 어머니와 저를 장례식장에 데려다주고 싶다고요. 당시만 해도 남편이 저희 부모님께 정식으로 인사드린 것도 아니라 어색할 법도 한데,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왕복 7시간이나 되는 거리를 데려다주는 모습에 감동했습니다. 혹여 제가 슬퍼서 밥을 잘 먹지 않을까 걱정해 제가 좋아하는 간식까지 챙겨주더라고요.
남편에겐 제가 프러포즈를 했답니다. 주말에 호텔에서 회사 행사가 있는 것처럼 속이고 남편에게 도와달라 했어요. 남편에게 호텔 방에 있는 짐을 지하로 옮겨달라고 얘기했는데, 사실 그 방에는 프러포즈 이벤트가 준비돼 있었답니다. 남편은 제 프러포즈에 크게 감동했나 봐요. 지금도 주변에 “나 프러포즈 받은 남자야”라고 자랑하고 다니더라고요. 결혼하고 1년이 지난 요즘 저희는 2세를 계획 중입니다. 앞으로 웃음이 끊이지 않는 행복한 가정을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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