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기술 굴기’ 모바일 기술 산업 관련 세계 최고 박람회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가 지난 26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한 가운데 한 관람객이 ‘TECNO’ 부스에서 전시제품을 살펴보고 있다(작은 사진). 이번 MWC에는 화웨이와 샤오미 등 300여 개의 중국 기업을 포함해 약 2400개 기업이 참여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 中에 역전당한 韓 과학기술
美 기술수준 100%로 삼았을때
中은 82.6%…韓은 81.5% 기록
우주·AI 등 미래 기술서 뒤처져
中 규제철폐 · 인력 등 집중 투자
중국의 ‘과학기술 굴기’가 결국 우리나라를 뛰어넘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년마다 주요 5개국(한국·미국·일본·중국·유럽연합(EU))의 136개 국가적 핵심기술을 비교해 발표하는 ‘2022년 기술수준 평가’에서 처음으로 우리나라를 앞지른 것으로, 중국은 그동안 동아시아 3개국 중 부동의 1위였던 일본의 지위까지 위협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우주항공·해양 △양자컴퓨팅 △인공지능(AI) 등 핵심 첨단분야에서 압도적 추격전을 펼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국내 과학·산업계에도 큰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과기정통부가 29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공개한 ‘2022년 기술수준 평가 결과’에 따르면 1위인 미국을 100%로 기준 삼았을 때 중국은 82.6%, 한국은 81.5%를 각각 기록했다. 직전 2020년 조사에서는 각각 80%와 80.1%를 기록해 한국이 근소하게 우위를 점했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역전을 당한 것이다. 연 기준으로 환산한 기술격차도 한국과 중국은 2020년에는 미국보다 3.3년씩 뒤처진 것으로 분석됐지만, 이번 평가에서는 중국(3년)이 한국(3.2년)보다 격차를 더 줄였다.
특히 평가대상인 11대 분야에서 정보통신기술(ICT)·소프트웨어 분야의 경우 중국의 기술수준은 2012년 67.5%에 불과했지만 2022년 87.9%까지 비약적인 성장을 했다. 같은 기간 한국은 82.2%에서 82.6%로 0.4%포인트 성장하는 데 그쳤고, 일본은 오히려 같은 기간 90.8%에서 82.2%까지 떨어지며 역성장했다. 전체대상기술(136개)에 포함된 50개 국가전략기술을 대상으로 한 세부평가 결과에서 중국은 86.5%를 기록, 일본(85.2%)·한국(81.7%)을 훌쩍 뛰어넘었다.
정부는 우리나라 기술수준이 중국에 역전당한 데 대해 “이번 평가부터 우주항공·해양 분야 기술이 우주 관측 센싱, 달착륙·표면 탐사, 첨단 항공 가스터빈 엔진 부품 등 미래·도전적인 국가전략기술로 대부분 변경됐고, ICT·SW 분야 기술도 양자컴퓨팅, 혁신 AI, 전력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로 대폭 추가·변경된 점이 평가 결과에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평가 대상이 변경됐다는 것은 해당 분야가 주요 기술정책 분야라는 의미로, 이 같은 첨단분야에서 우리나라 기술수준이 낮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과학계는 이 같은 기술분야에서 ‘중국 약진·한국 정체·일본 퇴보’를 정책적 차이 때문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인력·예산을 집중투자하고 규제도 전혀 두지 않는 반면, 우리나라와 일본은 ICT분야의 개인정보 활용 등에서 각종 규제로 발목이 묶여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 기술수준이 지난 10년간 15.6%포인트(2012년 67%→ 2022년 82.6%)나 상승한 이유가 결국 규제완화와 적극적 연구·개발(R&D) 투자에 있었다는 이야기다.
박정민·구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