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하 변호사와 박근혜 전 대통령 지난해 3월 22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유영하 변호사(왼쪽)가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은 뒤 함께 검찰청사를 나서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해 검찰 수사망 좁혀오자
‘마지막 믿을사람 판단’분석도
박근혜 전 대통령은 검찰이 국가정보원 자금 뇌물수수 혐의로 법원에 재산추징보전명령을 청구하면서 돈과 명예 모두 잃게 될 처지에 놓였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현금화된 자신의 재산 대부분을 측근인 유영하 변호사에게 맡긴 사실도 드러났다. 벼랑 끝 처지에 놓인 전직 대통령이 자신의 재판과 전 재산을 맡길 정도로 유 변호사에 대한 믿음을 보여주는 가운데, 그가 다시 변호사로 선임된 배경과도 관련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9일 검찰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4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를 매각한 지 한 달 뒤쯤 수표 30억 원과 현금 10여억 원을 윤전추 전 청와대 행정관을 통해 유 변호사에게 전달했다. 삼성동 사저 매각대금(68억5000만 원)에서 내곡동 사저 매입금(약 28억 원)을 제외한 전 재산을 모두 유 변호사에게 맡긴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 드러난 박 전 대통령의 유동성 재산 전부가 유 변호사에게 그냥 맡겨진 셈”이라고 말했다. 이에 국회의원 출신 한 변호사는 “정치인이 자신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측근에게 돈을 맡겨두는 행태는 종종 있지만, 거의 전 재산을 가족이 아닌 측근에게, 특별한 돈세탁 없이 수표 그대로 넘기는 건 이례적”이라며 또 다른 사실관계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 변호사 측은 변호인 선임을 위한 비용이라고 주장하지만, 수표가 전달된 지난해 4월부터 지금까지 지급제시 없이 현금화가 이뤄지지 않아 현실성이 없다고 검찰은 판단한다. 전달 시기가 지난해 4월이란 점에서 최근 다시 유 변호사가 선임된 것과도 무관하다고 본다. 유 변호사가 수표 30억 원 등을 떠맡은 지난해 4월은 박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 씨가 나란히 뇌물 혐의 등으로 구속된 상황이었다. 박 전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이 수사망을 점점 좁혀오면서 뒷일을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기도 했다. 당시 ‘문고리 3인방’(이재만·안봉근·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의 ‘배신’과 최 씨의 구속 상황에서 믿을 사람은 유 변호사뿐이라고 생각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아울러 재산을 측근에게 맡긴 행위 자체가 추징에 대비하기 위한 은닉으로, 국정농단 사태의 불법성을 사전에 인지했던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