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경제위기 없는데 1%대… 통계 나온 1970년후 처음
내수기업 1월 전망 부정적… 채산성전망 2년만에 최저치
우리나라 가구의 국내 소비지출이 사상 처음으로 3년 연속 1%대의 낮은 증가율을 이어갈 것이 확실시되면서 내수 부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일 한국은행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4년 3분기까지 가계의 국내 소비지출은 2013년 같은 기간에 비해 1.7%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가계의 국내 소비지출 증가율은 2012년 1.1%를 기록하며 1%대로 떨어진 뒤 2013년 1.2%를 나타냈다. 지난해 10월(-0.2%)과 11월(1.0%) 소매판매가 저조해 2014년에도 1%대의 지지부진한 증가율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3년 연속 1%대 소비증가율을 기록할 경우 이는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가계의 국내 소비지출은 2000년대에 카드 사태와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2번의 위기에도 연평균 3.2% 증가율을 기록했다. 특히 위기 때 일시적으로 악화하더라도 바로 회복하는 것이 일반적인 흐름이었다. 카드 사태 때는 2003년(-0.7%)과 2004년(-0.3%) 2년 연속 줄었지만 2005년 3.7% 늘어난 데 이어 2006년 4.0%, 2007년 4.8%로 증가율을 키웠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있던 2009년에는 증가율이 0.8%에 그쳤지만 바로 다음 해인 2010년에 3.8%로 상승했다. 하지만 별다른 경제 위기가 없음에도 최근처럼 가계의 국내 소비지출 증가율이 1% 수준까지 떨어진 것은 관련 통계가 나온 1970년 이후 처음이다.
정부는 각종 정책 효과로 올해 민간 소비가 늘어나면서 성장에 이바지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가계와 기업의 소비 전망은 부정적이어서 내수 위축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2015년 경제전망’에서 소득 여건이 개선되고 가계수지도 양호해 민간소비가 3.0%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 소비를 이끌 가계는 허리띠를 더욱 졸라맬 준비를 하고 있다. 경기선행지수 중 소비자기대지수는 지난해 12월에 99.8을 기록하며 2013년 9월(99.6) 이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내수기업들의 전망 역시 부정적이다. 내수업체의 2015년 업황전망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82로 기준치(100)를 크게 밑돌고 있다. 올 1월 전망은 더욱 나쁘다. 내수업체 1월 업황전망 BSI는 지난달보다 3포인트 떨어진 74였고, 매출전망 BSI도 지난달 대비 5포인트 하락한 86이었다. 채산성전망 BSI는 24개월 만에 가장 낮은 84까지 하락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단순히 돈을 푸는 정책보다는 가계의 소득을 늘리거나 필요한 부문에 자금을 지원해 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석 기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