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9단은 최근 바둑사이트에서 “국내 프로기전의 운영방식을 개혁하지 않으면 한국바둑은 5년 후 가파르게 하향세를 그을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10여 년 전 프로야구 최고 스타였던 이승엽이 연봉 1억원을 받을 때 자신의 연 상금이 3억원 대였고 이창호 9단의 경우 6억, 7억원 대였다고 밝힌 유 9단은 이 같은 고액 상금 때문에 자녀에게 바둑을 배우게 하는 열풍이 불었고 이 덕에 한국바둑은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프로기사의 수가 날로 늘어가는 상황에서 모든 기사에게 대국료를 지급하는 현재의 기전 운영방식은 한계에 다다랐다고 지적하며 상위권에 상금을 몰아주는 상금제 도입과 기전의 전면 개방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유창혁 9단의 이런 제안이 정작 국내 프로 스포츠 관계자의 입에서는 왜 나오지 않는지 궁금하다. 1982년 출범한 프로야구를 시작으로 축구(1983년), 농구(1996년), 배구(2005년)가 차례로 프로의 옷을 입었으나 ‘진정한 프로’라 할 수 있는 구단은 없다. 수지가 너무 맞지 않는 기형적 재무 구조 때문이다. 구단을 보유한 대기업이 ‘기업의 사회 환원 차원’에서 운영하는 것이 아니고 경제논리만 따진다면 진작 문을 닫았어야 했다.
연평균 관중 수 400만 명을 확보할 정도로 국민적 사랑을 받고 있는 프로야구는 최근 현대 유니콘스 매각 과정에서 한국 프로스포츠가 처한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 줬다. 인수 협상을 했던 농협에 이어 KT마저 창단계획을 번복했다. KT는 기업 이미지 제고, 사회적 책임 공유를 창단의 명분으로 내세웠으나 기존 구단이 KT가 제시한 가입비 60억원에 반발하자 뜻을 접었다. 현대는 1996년 태평양을 430억원에 인수했으니 KT가 제시한 인수금액만을 따지면 12년 만에 80%이상 폭락한 헐값이다. 기존 구단의 반발도 이해하지 못할 바 아니나, 이 시세는 현재 처한 프로야구의 실상을 상징하는 금액이 아닐 수 없다.
2005년 프로야구 8개 구단의 지출내역을 정리한 논문인 ‘프로스포츠 산업의 경제적 파급효과 및 연고지에 대한 관중 인식도’(중앙대 박두용 박사)에 따르면 그해 8개 구단 지출 총액은 1772억원으로 구단 평균 221억5000만원이나 된다. 그러나 구단 관계자들이 털어 놓는 수입 내역서를 보면 입장수입 20억~30억원, 외부광고 5억~10억원이다. 최고치로만 잡아도 40억원에 불과하다. 구단 평균 지출액과 따져보면 180억원 이상 적자다. 적자는 그룹 지원금으로 메우고 있다. 단 하나 프로다운 점이 있다면 선수들의 연봉이다. 김동주가 일본프로야구와 접촉하지 않을 경우 두산이 제시했던 4년간 총액이 옵션 포함 62억원이었다. 연봉 10억원이 넘는 선수는 수두룩하다. 구단 평균 선수 인건비는 연간 125억원. 전체 운영비의 57%나 되는 기형적인 구조다. 나머지 프로 종목도 적자 액수만 프로야구보다 적을 뿐 그 구조는 똑같다.
유 9단이 본받자는 프리미어리그는 1888년 출범한 잉글랜드 프로축구리그가 1980년대 들어 쇠락의 기미가 보이자 1992년 22개 팀이 새로 모여 출범한 신생 리그다. 프리미어리그가 불과 십수 년 만에 세계 최고의 리그로 발돋움한 것은 ‘혁신’ 덕분이었다. ‘축구종가’의 자존심을 버리고 세계최고의 선수와 감독은 물론 해외자본까지 끌어들인 ‘적극적 시장 개방’, 매 시즌 하위 세 팀을 하위리그로 떨어뜨리는 ‘치열한 경쟁 원리 도입’, 그리고 팬들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마케팅 개발’이 그것이다. 물론 국내 프로스포츠 시장 여건이 영국과 같을 수는 없다. 그러나 프로 스포츠 모든 관계자가 이제라도 프로다운 마인드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프로축구 시민구단인 인천 유나이티드가 2006년과 2007년 두 시즌 연속, 적은 액수지만 흑자를 달성한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동윤 /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