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뒤로가기
검색/메뉴
검색
메뉴
오피니언

유창혁 9단의 쓴소리

  • 입력 2008-02-13 13:54
댓글 폰트
“세계축구 최강은 브라질이지만 최고 무대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다. 한국 바둑도 프리미어리그처럼 바꿔야 미래가 있다.” 이창호 9단, 조훈현 9단과 함께 1990년대 한국바둑의 중흥기를 이끌었던 유창혁 9단이 뱉어 낸 쓴소리가 관심을 끈다.

유 9단은 최근 바둑사이트에서 “국내 프로기전의 운영방식을 개혁하지 않으면 한국바둑은 5년 후 가파르게 하향세를 그을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10여 년 전 프로야구 최고 스타였던 이승엽이 연봉 1억원을 받을 때 자신의 연 상금이 3억원 대였고 이창호 9단의 경우 6억, 7억원 대였다고 밝힌 유 9단은 이 같은 고액 상금 때문에 자녀에게 바둑을 배우게 하는 열풍이 불었고 이 덕에 한국바둑은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프로기사의 수가 날로 늘어가는 상황에서 모든 기사에게 대국료를 지급하는 현재의 기전 운영방식은 한계에 다다랐다고 지적하며 상위권에 상금을 몰아주는 상금제 도입과 기전의 전면 개방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유창혁 9단의 이런 제안이 정작 국내 프로 스포츠 관계자의 입에서는 왜 나오지 않는지 궁금하다. 1982년 출범한 프로야구를 시작으로 축구(1983년), 농구(1996년), 배구(2005년)가 차례로 프로의 옷을 입었으나 ‘진정한 프로’라 할 수 있는 구단은 없다. 수지가 너무 맞지 않는 기형적 재무 구조 때문이다. 구단을 보유한 대기업이 ‘기업의 사회 환원 차원’에서 운영하는 것이 아니고 경제논리만 따진다면 진작 문을 닫았어야 했다.

연평균 관중 수 400만 명을 확보할 정도로 국민적 사랑을 받고 있는 프로야구는 최근 현대 유니콘스 매각 과정에서 한국 프로스포츠가 처한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 줬다. 인수 협상을 했던 농협에 이어 KT마저 창단계획을 번복했다. KT는 기업 이미지 제고, 사회적 책임 공유를 창단의 명분으로 내세웠으나 기존 구단이 KT가 제시한 가입비 60억원에 반발하자 뜻을 접었다. 현대는 1996년 태평양을 430억원에 인수했으니 KT가 제시한 인수금액만을 따지면 12년 만에 80%이상 폭락한 헐값이다. 기존 구단의 반발도 이해하지 못할 바 아니나, 이 시세는 현재 처한 프로야구의 실상을 상징하는 금액이 아닐 수 없다.



2005년 프로야구 8개 구단의 지출내역을 정리한 논문인 ‘프로스포츠 산업의 경제적 파급효과 및 연고지에 대한 관중 인식도’(중앙대 박두용 박사)에 따르면 그해 8개 구단 지출 총액은 1772억원으로 구단 평균 221억5000만원이나 된다. 그러나 구단 관계자들이 털어 놓는 수입 내역서를 보면 입장수입 20억~30억원, 외부광고 5억~10억원이다. 최고치로만 잡아도 40억원에 불과하다. 구단 평균 지출액과 따져보면 180억원 이상 적자다. 적자는 그룹 지원금으로 메우고 있다. 단 하나 프로다운 점이 있다면 선수들의 연봉이다. 김동주가 일본프로야구와 접촉하지 않을 경우 두산이 제시했던 4년간 총액이 옵션 포함 62억원이었다. 연봉 10억원이 넘는 선수는 수두룩하다. 구단 평균 선수 인건비는 연간 125억원. 전체 운영비의 57%나 되는 기형적인 구조다. 나머지 프로 종목도 적자 액수만 프로야구보다 적을 뿐 그 구조는 똑같다.

유 9단이 본받자는 프리미어리그는 1888년 출범한 잉글랜드 프로축구리그가 1980년대 들어 쇠락의 기미가 보이자 1992년 22개 팀이 새로 모여 출범한 신생 리그다. 프리미어리그가 불과 십수 년 만에 세계 최고의 리그로 발돋움한 것은 ‘혁신’ 덕분이었다. ‘축구종가’의 자존심을 버리고 세계최고의 선수와 감독은 물론 해외자본까지 끌어들인 ‘적극적 시장 개방’, 매 시즌 하위 세 팀을 하위리그로 떨어뜨리는 ‘치열한 경쟁 원리 도입’, 그리고 팬들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마케팅 개발’이 그것이다. 물론 국내 프로스포츠 시장 여건이 영국과 같을 수는 없다. 그러나 프로 스포츠 모든 관계자가 이제라도 프로다운 마인드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프로축구 시민구단인 인천 유나이티드가 2006년과 2007년 두 시즌 연속, 적은 액수지만 흑자를 달성한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동윤 / 논설위원]]

이 기사를 친구들과 공유해 보세요.

가장 많이 본 뉴스
안내 버튼

최근 12시간내
가장 많이 본 뉴스

문화일보 주요뉴스
오세훈 “尹 선고 지연 이상징후…기각 2명·각하 1명 예상”
오세훈 “尹 선고 지연 이상징후…기각 2명·각하 1명 예상”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한 가운데 오세훈 서울시장이 “아무래도 (선고가) 늦어지는 것은 이상징후”라며 “당초보다 각하나 기각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 같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라고 말했다.18일 정치권에 따르면 오 시장은 전날 TV조선 ‘뉴스9’에서 헌법재판소의 선고가 예상보다 지연되는 이유에 대해 “의견 일치를 보기 어려운 어떤 사정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특히 오 시장은 “헌재 재판관들의 정치적 성향과 선고 지연 상황을 고려할 때 기각 쪽 두 분, 각하 쪽 한 분 정도 계시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탄핵이 결정되려면 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지만 현재 재판관들의 의견이 갈려 탄핵에 필요한 인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진행자가 오 시장이 ‘탄핵 찬성파’로 알려졌다고 지적하자 오 시장은 “탄핵소추를 하되 당론으로 하는 게 좋다고 당시 페이스북에 썼는데, 이는 헌재의 사법적 판단을 받아보는 것이 사태를 수습하는 방법이라는 취지였다”며 “탄핵 찬성으로 분류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탄핵심판 선고 이후 윤 대통령과 여야의 승복 메시지가 필요하냐는 질문에는 “당연한 이야기”라며 “적어도 공당이라면,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면 당연히 헌재 결정에 승복하자는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고 말했다.차기 대권 주자로서 중도 확장력은 높지만 당내 기반이 약하다는 평가에 대해선 “만에 하나 탄핵이 되고 선거 직전이 되면 누가 위험하고 불안한 야당 후보, 이재명 후보를 이겨줄 수 있느냐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고 자연스럽게 여론이 형성될 것”이라고 강조했다.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 해제 이후 강남권을 중심으로 한 집값 상승세와 관련해서는 “규제를 풀기 직전 서울 부동산 시장이 확실하게 하향 안정화 추세였고 거래 건수도 대폭 감소하고 있어서 타이밍을 적절하게 선정했는데, 시장에 예상보다 큰 영향을 미친 것 같다”면서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가능성에 대해선 “3~6개월 정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임정환 기
기사 댓글
ad
본문 글자 크기를 조절하세요!

※ 아래 글자 크기 예시문을 확인하세요.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본인에 알맞은 글자 크기를 설정하세요.

닫기
좋은 기사는 친구들과 공유하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