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총선이 예정된 데다 대선 때 함께 한 국민중심당의 전당대회가 1월17일쯤 예정돼 있어 이 후보로선 하루가 아쉬운 처지이다. 이 후보는 당분간 휴식을 취하지 않겠냐는 관측과 달리 21일에도 사무실로 출근해 창당 상황을 점검했다. 하지만 그가 창당이라는 성과물을 내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이 후보 중심의 창당을 상정하고 있는 이 후보 측과 국민중심당간의 치열한 주도권 경쟁이 예상된다. 이 후보 측 곽성문 의원은 20일 기자들과 만나 “국중당 중심으로 창당되면 충청 지역 정당밖에 안된다. 이회창 중심의 창당이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국중당의 류근찬 대변인은 21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이 후보 캠프가 창당한 후 국중당과 통합하거나, 국중당을 ‘리노베이션(재건)’하는 방식 등 창당에는 다양한 방법론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해 미묘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이와 관련, 이 후보측 한 관계자는 “국중당으로선 이회창이라는 간판이, 이회창 후보 진영에는 국중당의 조직이 필요한 만큼 양 진영이 결별하진 않겠지만 창당까지 치열한 투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후보로선 당장 캠프 내부 정리가 ‘발등의 불’이다. 대선 직후 가신그룹을 제외한 대부분이 캠프를 떠났다. 창당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였던 강삼재 전략기획팀장은 창당 과정에 선을 그었다. 강 팀장은 20일 열린 해단식에서 ‘창당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내 역할은 끝났다. 창당에 대해 난 모르겠다”고 말했다. 강 팀장을 비롯, 일부 인사들은 “솔직히 지금 캠프 인물들로는 창당하기 어렵다”며 측근 그룹을 포함한 강력한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조건이 해결된다고 해도 결국 신당 창당에 필수적인 인재 영입 작업이 얼마나 순조로울지도 의문이다. 이 후보 측은 깨끗하고 건전한 보수신당 컨셉트에 맞게 보수 성향의 젊은 인재 영입을 우선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극우 이미지가 강한 ‘이회창 당’이 젊은이들에게 얼마나 흡인력을 가질 것이냐는 의문이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특히 창당 시점까지는 한나라당 이탈층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고민이다. 이 후보의 정치력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권로미기자 rom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