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체자 추방 중단명령 내린 판사
채팅방 사건 맡아 “메시지 보존”
트럼프 “판사 배정 조작” 비판
이, 공습도운 요원 언급에 ‘불만’
워싱턴=민병기 특파원 mingming@munhw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외교 안보 라인 주요 인사들이 언론인이 포함된 민간 메신저 ‘시그널’ 채팅방을 통해 군사 기밀을 논의한 게 드러난 ‘시그널 스캔들’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관련 재판이 27일 시작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해당 판사를 ‘저격’하며 행정부와 사법부 간 갈등 양상으로 확대되고 있다. 또 공개된 채팅 내용에 이스라엘이 휴민트(인적 자산)를 통해 확보한 정보가 포함돼 이에 대해 이스라엘이 불만을 표시하는 등 외교 갈등 양상도 불거졌다.
정부 투명성을 감시하는 단체 ‘아메리칸 오버사이트’(American Oversight)가 ‘기밀 유출이 의심된다’며 제기한 소송의 첫 심리가 이날 워싱턴DC 연방지법에서 열렸다. 주심인 제임스 보스버그 판사는 사건과 관련 있는 트럼프 행정부 각료급 인사들에게 지난 11일부터 15일까지 시그널에서 주고받은 메시지를 지우지 말고 보존할 것을 명령했다고 ABC뉴스 등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보스버그 판사는 트럼프 행정부가 ‘적성국 국민법’(AEA)을 적용해 베네수엘라 국적자 300여 명을 추방하는 절차를 즉각 중단할 것을 명령한 가처분 결정을 내려 트럼프 대통령이 판사를 탄핵해야 한다고까지 주장하며 반발했던 인물이다.
보스버그 판사가 주심을 맞자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좌표 찍기’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SNS에 보스버그 판사가 자신과 관련된 사건을 맡은 것이 이번이 4번째라면서 “통계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공화당원, 특히 ‘트럼프 공화당원’(트럼프 대통령을 열성적으로 지지하는 공화당원)이 그가 맡은 사건에서 승소할 길은 없다”며 판사 배정 시스템과 관련, “너무 늦기 전에, 조작된 (사법) 시스템에 대한 즉각적인 조사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맹국인 이스라엘과의 외교적 갈등도 벌어지고 있다. 공개된 채팅 내용 중 마이크 왈츠 국가안보보좌관이 공습의 표적이 된 핵심 후티군 요원의 신분을 언급한 데 대해 이스라엘이 불만을 표시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예멘 내부의 휴민트를 통해 확보한 정보를 공유했는데 이 같은 내용이 공개됨으로써 자칫 휴민트가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당시 왈츠 보좌관은 “첫 번째 표적인 미사일 최고 책임자가 여자 친구 건물로 들어가는 모습이 찍혔고 그 건물은 무너졌다”고 썼다. WSJ는 공습 이틀 후 국방부 브리핑에서 ‘미사일 전문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며 왈츠 보좌관의 채팅 내용이 국방부 공식 발표에서 빠진 ‘은밀한’ 정보라는 취지로 보도했다.
파장이 갈수록 커지자 사건 조사 요구 목소리가 초당적으로 나오고 있다. 상원 군사위원회 위원장인 로저 위커 의원(공화·미시시피)과 잭 리드 상원의원(민주·로드아일랜드)은 국방부 감사 조직에 보낸 서한에서 이번 사태를 조사할 것을 요구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