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규 전 본보 사진부장
연극‘소풍 가는 날’로 데뷔
중견 장두이 연출작에 주연
“내 안에 있던 또 다른 인격을 찾은 기분이다.”
35년간 각계 현장을 누볐던 베테랑 사진기자의 연기 데뷔 소감. 김선규(61·사진) 전 문화일보 사진부장은 13일 통화에서 “이 인물을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곧 이 인물이 됐다는 느낌이 문득, 공원 산책길에서 들었다”며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다음 달 2일부터 4일까지 서울 대학로 드림시어터에서 공연하는 연극 ‘소풍 가는 날’에서 주인공 김득천을 연기한다. 2025년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좋은 삶과 죽음이란 무엇인지 살펴보는 작품이다. 연극계 중견인 장두이 씨가 극본을 쓰고 연출했다.
극 중 자식들과 연락이 끊긴 채 아내와 사별한 독거노인 김득천은 삶과 죽음 사이에서 고민을 거듭한다. “그 심정이 어떨지, 생각하고 연습을 하다가 나 자신 안에 있던 김득천이라는 인물을 끄집어내게 되는 것 같다.”
배우 김선규는 이 인물이 되기 위해 연습실뿐 아니라 공원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연습했다. 사진기자 시절에도 그는 무한한 열정으로 ‘탈영병의 최후’·‘목숨 건 도강 10분’·‘까치의 헌화’ 등 수많은 특종 사진을 남겼다. 특히 1995년 9월 미확인비행물체(UFO) 사진으로 기자로서 명성을 얻었다. 지난 2022년 10월 문화일보에서 퇴직한 후에는 경기 화성시에서 농사를 짓기도 했다. 연기자 변신은 대학생들이 만든 단편영화에 조연으로 출연한 게 계기가 됐다. 12시간 촬영에도 지치지 않았고 오히려 마감 시간에 쫓기던 시절에도 느끼지 못했던 자유를 만끽했다고 한다.
김선규는 “그 촬영을 하고 집에서 같이 술 한잔 하던 아내가 결혼하고 나서 처음 보는 얼굴이라며 그렇게 좋냐고 묻더라”며 “사람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 빛이 난다고 한다. 요즘 내 얼굴도 보면 조금씩 그런 것 같다”고 웃었다. 그는 이 작품의 서울 공연을 마친 후에는 다른 지역을 순회하며 김득천으로서 계속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서종민 기자 rashom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