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리아 자피라쿠 지음│안진희 옮김│롤러코스터
“제 직업을 사랑합니다. 그리고 제 학생들을 사랑합니다.” 입시만이 전부가 된 교육현장에서 사교육 일타 강사는 멘토를 넘어 구루(스승)로 칭송받고 정작 교사는 온갖 민원 처리에 시달리는 요즘,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선생님이 몇이나 될까. 그럼에도 영국 런던 빈민가 공립학교 미술을 지키는 평범한 교사인 저자는 자신 있게 말한다. “교실에서 보낸 나날들은 언제나 가장 커다란 성취일 것”이라고. 교사들에게 꺾이지 않는 마음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공교육이 가진 힘을 믿는다는 마법의 주문이다.
책은 ‘교육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세계 교사상’을 받은 안드리아 자피라쿠가 전하는 교사 예찬이다. 영국에서 범죄율이 높고 빈곤한 지역으로 손꼽히는 지역 공립학교 교사로 20년간 일하고 있는 저자는 공교육이 왜 중요한지 전한다. 10억 원에 달하는 세계 교사상 상금을 소외된 학생들을 위해 예술가를 파견하는 비영리 교육단체를 설립하는 데 쓰고, 가정 방문을 통해 학생들이 좁고 시끄러운 집에서 공부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직접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저자에게선 우리가 아는 스승의 향기가 물씬 풍긴다. “우리가 가르치는 이유는 가르쳐야만 하기 때문”이란 단순한 그의 철학은 지구 반대편 나라 선생님의 얘기에 귀 기울일 수밖에 없는 힘이 실려 있다.
그렇다고 저자가 오직 단 한 명만 존재하는 영웅적인 선생님은 아니다. 여느 선생님들처럼 학생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기도 하고, 과중한 업무량에 지쳐 흔들릴 때도 있다. 교사란 존재가 오직 헌신해야만 한다는 뻔한 얘기를 늘어놓지도 않는다. 교육에 몰입할 수 없는 교사들의 업무환경을 개선하고, 영어·수학·과학 같은 지식만을 주입하는 교육정책을 개선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영국 총리와 교육부 장관 앞에서 교육 예산 삭감과 시험성적에만 신경 쓰는 정책이 공교육을 파괴한다는 진심이 담긴 주장에선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다.
공교육의 목표로 학생들이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꿈을 키워 나가는 ‘웰빙’을 제시하는 저자는 교사와 학생 모두에 대한 인정과 응원에서 세상을 바꿔낸다고 확신한다. “우리 모두 어떤 교사가 언젠가 한 말을 평생 가슴속에 품었던 경험이 있지 않느냐”고 말하는 책은 영혼이 마모된 교사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고 교육에 고민하는 부모에겐 교사와 연대해야 한다는 각성을 준다. 360쪽, 1만8000원.
유승목 기자 mo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