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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공장’ 구호만 요란하다

  • 입력 2019-07-04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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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정부 제조혁신단 출범 불구하고
규제 혁파 없이는 실효성 없어
10년 앞선 독일도 난제 수두룩

생산 현장과 ICT 결합이 핵심
대기업 참여 막는 제도가 발목
상생법·하도급법 등 정비해야


지난 2일 스마트제조혁신추진단이 출범했다. 출범식에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스마트 공장’을 통한 제조 혁신을 강조하고,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이를 보급,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신(新)성장동력 창출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매우 바람직한 정책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회의적이다. 스마트 공장이란, 상품의 전 생산 과정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적용해 생산성·품질·고객만족도 모두를 향상시키는 지능형 공장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중소기업이 이를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 공장은 독일이 10여 년 전부터 추진해온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인더스트리 4.0’에서 유래됐다. 독일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업 경쟁력을 갖췄음에도 경쟁이 심해지는 글로벌 마켓의 상황에 대비해 2011년부터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온 선구적 국가다. 그런데 독일에도 최근 현실적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장애 요인들이 나타나고 있다. 중소기업일수록 스마트 공장의 핵심 기반인 ICT와 소프트웨어가 생산 현장과 유기적으로 결합되지 못하는 것이다.

이는 중소기업 중심으로 제조 혁신을 이끌어 보겠다는 정부 방침이 의외의 다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스마트 공장이란,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아우르는 제조 가치 사슬이 전반적으로 혁신된 상태에서만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추진단 출범과 관련해 대기업, 공공기관 등과 중소기업의 스마트 공장 보급을 지원하는 ‘상생형 스마트 공장 보급 협약’을 체결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여전히 스마트 공장 사업의 주역은 정부와 중소기업이고, 대기업과 공공기관은 단지 들러리에 불과하다는 인상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의 견해에 따르면, 스마트 공장의 성공 여부는 대한민국의 생태계에 적합한 ‘스마트 공장형 플랫폼’에 달려 있다고 한다. 즉, 이 플랫폼이 있어야 다양한 업종의 중소 제조업에 대해서도 적용 가능한 애플리케이션이 개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추진단은 출범식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수직·수평적 정보 교환, 빅데이터 센터를 활용한 자발적 스마트 공장 추진 등을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플랫폼이란 단순히 정부가 추진단을 만들었다고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민간 차원에서 플랫폼을 만들 수 있는 생태계가 조성돼야 가능한 것이다.

독일도 인더스트리 4.0은 정부가 아닌 독일공학협회(VDI)와 독일인공지능연구소(DFKI)가 처음 언급하고, 새 미래 제조업의 패러다임을 제시한 후에야 비로소 정부가 국가 첨단기술 전략에 이를 포함했다. 또한, 독일정보통신산업협회(BITKOM)·독일엔지니어링협회(VDMA)·독일전기전자산업협회(ZVEI) 등이 이 사업에 참여하면서 정책이 구체화됐고, 보쉬·지멘스 등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참하면서 실행력이 확보됐다. 독일 정부가 2015년 4월 ‘플랫폼 인더스트리 4.0’으로 정책을 개편한 이후에는 민·관 합동으로 제조업 혁신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현재 중기부의 스마트 공장 사업은 성과에 집착해 서두르기보다는 민·관이 함께하는 진정한 상생형 사업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대기업의 스마트 공장 사업 참여에 장애 요인이 되는 법 제도 개선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구체적으로는 대·중소기업 상생법과 소프트웨어산업법, 하도급법 개선이 시급하다. 현행법상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대해서는 대기업의 스마트 공장 참여가 어려우며,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수직적이든 수평적이든 정보를 교환하는 과정에서 3배 징벌 배상의 대상이 되는 기술 탈취 등의 논란 여지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또한, 공정거래법의 개정도 시급하다. 플랫폼 기반의 스마트 공장 생태계가 조성되려면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투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행법상 지주회사인 대기업은 중소기업의 지분을 100% 취득하거나 전혀 소유하지 못하도록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는 스마트 공장의 확산을 위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상생 모델이 사실상 실현 불가능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2011년 스마트 공장 사업을 시작한 독일도 여전히 인더스트리 4.0을 지속적으로 보완하고 있다. 이번 기회를 통해 한국형 스마트 공장 생태계가 조성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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