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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모범적인 남자라고 믿었는데 참담”… 결별·이혼까지

  • 입력 2018-09-26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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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내역 알아봐주는 ‘온라인 흥신소’ 최근 성행
특정 전화번호 의뢰하면 유흥업소 기록 등 확인해줘
“아니라곤 못하고 왜 내 뒷조사를 했냐며 화내더라”
일부 남성, 아내·여친에 “보이스피싱이다” 겁주기도


주부 정모(32)씨는 이달 중순께 남편과 크게 싸우고 냉전을 유지하며 이혼을 고민 중이다. 정씨가 온라인으로 의뢰한 ‘유흥탐정’의 조사 결과 때문이다. 정씨는 남편이 결혼 이후 3년간 12차례 성매매업소를 들락거렸다는 기록을 확인했다.

“평소에 퇴근하면 성실하게 집으로 오던 사람이었어요. 취미도 비슷해서 친구들이 보고 가정적이라며 부러워할 정도였죠. 딴짓을 할 여유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산이었습니다. 점심 시간에 짧게 다녀왔다는 실토까지 듣고 나니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어요.”

여초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유흥탐정’을 이용해 본 여성들의 하소연이 줄을 잇고 있다. 유흥탐정은 온라인에서 운영되는 일종의 성매매 탐지 흥신소다. 특정 전화번호에 대해 의뢰하면 해당 번호의 주인이 유흥업소에 출입하고 예약했던 기록 등을 확인해주는 시스템이다.

유흥탐정은 지난 8월 말 개설된 것으로 추정된다. 일정 금액을 내면 번호에 대한 성매매 기록 조회가 가능하다. 운영자는 “나의 남자가 업소 여성을 만나거나 불륜이 의심된다면, 낮이나 밤이나 뭘 하고 다니는지 궁금하다면 여자들 편에 서서 모든 정보를 공유해드린다”고 공지했다.

입소문이 퍼지고 수요가 몰리기 시작하자 유흥탐정은 당초 3만원이었던 가격을 현재 5만원까지 올린 상태다. 경찰 수사망에 올랐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뒤 사이트는 폐쇄됐으나 메신저 ‘텔레그램’을 통한 의뢰가 가능해 여전히 암암리에 성행하고 있다.

텔레그램에서 유흥탐정에게 문의를 하면 “시즌 2를 시작했다. 기존 데이터베이스 5년치 기록과 최근 9월 초부터 성매매업소에 연락한 통화 상세내역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의 공지사항과 입금 계좌번호 등을 답변으로 받을 수 있다.

직장인 이모 (28)씨는 결혼까지 염두에 두고 5년간 사귄 남자친구와 최근 헤어졌다. 유흥탐정을 통한 성매매 조회에서 5건이 나온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아서다. 이씨는 “조회 사실을 남자친구에게 얘기했더니 아니라곤 못하고 왜 뒷조사를 하냐며 화를 내더라”면서 “신뢰가 깨져 헤어졌는데 그 이후 아직까지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한다”고 후유증을 토로했다.

이씨는 “나와 부대끼던, 모범적이고 성실한 사람이 유흥업소를 습관처럼 다녔다는 게 믿어지지가 않는다. 조사 내용이 거짓이길 바랐는데 사실에 가까운 것 같아 참담하다”며 “온라인 사이트에 올라오는 유흥탐정 후기에 몇십 건 걸렸다는 사례들이 속출하는 걸 보면서 과연 누군가를 다시 믿고 만날 수 있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유흥탐정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비슷한 사업들도 늘어났다. ‘유흥흥신소’, ‘굿데이터’ 등 특정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접속할 수 있는 온라인 흥신소들이 같은 사업을 운영 중이다.

유흥탐정은 남성 중심 커뮤니티에서도 화제가 되긴 마찬가지다.

아내나 여자친구가 유흥탐정을 시도해보려고 할 때 티나지 않게 말리는 법에 관한 조언까지 오르내리고 있다. 한 커뮤니티에서는 “최대한 태연하고 당당한 태도로 해봐도 상관없다고 말한 뒤, 다만 보이스피싱과 다름 없어 개인 정보만 빼갈지도 모른다고 겁을 주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유흥탐정의 운영자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알려진 바가 없지만 관련 데이터베이스에 접근 가능하다는 사실로 미루어 봤을 때 성매매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일 거라는 추측이 나온다.

그렇다면 이런 사업은 법적으로 제재나 처벌이 가능할까. 수사기관이나 법조계 관계자들은 일단 개인정보보호법과 관련된 고소가 들어오면 수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일선 경찰서의 한 수사과장은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뒷조사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만큼 피해자의 고소가 들어올 경우에는 수사가 가능하다”면서 “성매매가 불법이지만 공식 인정되는 정보가 아니라서 일단 정보보호법에 먼저 걸린다. 다만 현재까지 관련 고소가 직접 들어온 것은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태율의 김상균 변호사는 “운영자가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라 이득을 취하느냐와 상관없이 개인정보보호법 9장 70조 등 위반으로 고소가 가능하다”고 짚었다. 김 변호사는 “친고죄가 아니라서 경찰의 인지수사도 가능하겠지만 일단 고소 여부에 따라 수사 방향이 갈릴 것”이라고 관측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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