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11일 국회의원 시절 상임위 피감기관 돈으로 수차례 외유성 출장을 다녀온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전날 청와대에서 조국 민정수석실 조사 결과 적법한 출장이라고 결론 내렸다고 밝힌 상황에서 검찰 수사가 어떤 식으로 흘러가든 ‘뒷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청와대 발표에 대해 검찰 수사를 염두에 둔 ‘수사 가이드라인’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오고 있다.
검찰은 전날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각각 서울중앙지검에 김 원장을 뇌물수수 등 혐의로 수사해달라고 제출한 고발장을 검토, 배당을 마친 뒤 꼼꼼하게 수사한다는 입장이다.
검찰 수사는 우선 직무관련성과 대가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세부 일정이 국회의원으로서 공익적 성격이 강한지, 외유성 개인 일정 위주로 짜였는지에 초점이 맞춰진다. 법적 처벌 가능성은 출장의 정확한 성격과 일정 등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법원의 판결도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엇갈렸다. 1991년 이른바 ‘상공위 외유 뇌물사건’은 세 명의 현역 의원에게 징역형이 선고됐지만, 박상은 전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한국선주협회 지원을 받아 해외 항구도시를 시찰한 것과 관련해 법원은 “민의 수렴 업무와 관련돼 있는 한 불법 정치자금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 원장의 일정을 놓고 야당은 형사처벌 대상이라고 주장했지만 청와대와 여권은 도덕적 논란은 될 수 있어도 법적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김 원장이 19대 국회 임기종료 직전 정치 후원금으로 독일·네덜란드·스웨덴에 ‘땡처리 외유’를 다녀온 의혹이 제기된 것과 관련, 정치자금법 위반 소지도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황정근 변호사는 “국회의원이 정치자금을 정치활동이 아닌 사적 경비로 사용하면 정치자금법 47조와 2조에 따라 처벌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정치자금법 2조는 개인적인 여가 또는 취미활동에 드는 비용을 정치자금으로 지출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논란이 불거진 뒤 청와대가 잇따라 ‘적법하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 이제 막 수사 시작 단계인 검찰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법적 처벌이 가능한지에 대해 법조계의 의견도 엇갈리는 가운데 청와대가 적법하다고 규정한 것이 검찰 수사의 정당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