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열심히 살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소시민의 믿음을 여지없이 깨부순다는 점에서 썩 유쾌하지는 않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부채’가 단순히 개인의 경제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정치적 문제라는 것이다. 여기에서 저자는 ‘부채 인간’이라는 신조어를 착안한다. 신자유주의는 경제적이지 않은 모든 것들조차 경제적 효용가치로 판별해 인간에게 빚을 강요하고 있으며 그 한복판에 우리가 있다는 주장이다.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 지난해 한국 사회의 가계 빚이 912조 원이라는 점을 상기해 보자. 인구 수치로 따져 1인당 1830만 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여기에서 저자는 공공부채를 이야기하며 사회 전체가 부채 덩어리인 그리스와 아일랜드에서는 아무 죄가 없는 신생아 역시 해외 금융기관의 채무자가 된다고 말한다.
책은 소수의 채권자가 다수 채무자의 삶을 유린한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는다. 채권자가 채무자의 모든 것을 ‘의무’, ‘죄책감’의 감정으로 통제한 결과 이 시대 부채 인간들은 빚이라는 죄를 지고 ‘자기 자신에 대한 노동’에 복무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좌파적 시각이 대부분 그러하듯 이 책 역시 묘두현령(猫頭懸鈴)의 결말을 보이는 점은 아쉽다. “계급투쟁을 활성화시켜 새로운 민주주의를 다시금 발명하라”며 “죄책감을 벗어던지고 단 한 푼도 상환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