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이위종의 외손녀 류드밀라 예피모바(왼쪽) 씨와 외증손녀 율리야 피스쿨로바 씨가 지난 2020년 방한해 간담회를 하는 모습. 오른쪽 사진은 1907년 헤이그 특사단 당시의 이위종. 연합뉴스

독립유공자 후손단체 만들어
“평소 항일투쟁 자랑스러워해”

대한제국 고종 황제가 1907년 네덜란드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 이준·이상설과 함께 파견한 ‘헤이그 특사’ 3인 중 한 명이었던 이위종 지사의 손녀이자, 독립운동가였던 이범진 초대 주러시아 한국 공사의 증손녀인 류드밀라 예피모바 씨가 25일(현지시간) 러시아에서 별세했다. 89세.

이 지사는 러시아 귀족인 놀켄 남작의 딸 엘리자베타와 결혼해 3명의 딸을 낳았는데 예피모바 씨는 그중 둘째 딸의 후손이다. 예피모바 씨는 화학 엔지니어로 항공산업연구소에서 평생 일했고, 1995년에 러시아에서 독립유공자 후손 단체를 주도적으로 만들어 활동해왔다.

그는 2015년 독립유공자 후손에 대한 특별귀화 형식으로 딸 율리야 피스쿨로바 씨와 함께 한국 국적을 부여받았다. 한국사를 연구하고 있는 피스쿨로바 씨는 어머니에 대해 “독립운동을 했던 이범진·이위종의 후손임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했다”며 “늘 한국을 존경했고 유공자들의 후손을 돕고 한국 독립 투쟁의 기억을 보존하는 것에 항상 감사했다“고 회고했다. 영결식은 27일 모스크바의 한 교회에서 유족과 이도훈 주러시아 대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다.

예피모바 씨의 할아버지인 이 지사는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미국, 프랑스, 러시아 등지에서 자랐다. 영어, 프랑스어, 러시아어를 유창하게 구사했던 그는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 특사로 파견돼 각국 대표와 교섭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특사단은 일본의 방해와 각국의 무관심으로 회의장에 들어가지 못했지만, 일제의 침략을 폭로하고 을사늑약의 무효를 알리는 활동을 펼쳤다. 이후 이 지사는 러시아에서 블라디보스토크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오가며 항일 투쟁을 벌였으나 돌연 실종돼 죽음에 관해 정확히 알려져 있지는 않다.

김지은 기자 kimjieu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