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재 “임명보류는 위헌”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7일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것은 국회 권한을 침해한 위법한 행위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마 후보자를 곧바로 임명하지는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한 만큼 그의 복귀 가능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소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뜻인 것으로 안다”며 “헌재 결정문을 충분히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 최 권한대행은 그동안 법조계 의견을 청취해왔으며, 국무위원들과도 상의해 임명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다만 정부 내에서는 “한덕수 총리 복귀 가능성이 있는 만큼 바로 임명 결정을 내려선 안 된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총리가 복귀하게 되면 최 권한대행이 이미 행사한 권한들이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이 국회 몫으로 선출된 헌법재판관·대법관 등을 임명할 수 있는지에 대한 법리 논쟁도 아직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최 권한대행은 지난해 12월 31일 국회가 추천한 3인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중 조한창·정계선 후보자만 임명하고 마 후보자는 여야 합의 불발을 이유로 임명하지 않았다. 당시 국민의힘에선 “최 권한대행이 권한을 남용했다”는 반발이 일었다. 국민의힘은 한 총리의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 자체를 위법으로 보고 있어 최 권한대행이 인사권이나 임명권을 행사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야당 추천 몫인 마 후보자가 윤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 발표 시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최 권한대행을 향한 각계 요청이 분출하고 있다. 이날 헌재가 국회 선출로 이미 마 후보자가 헌법재판관 지위에 있다는 등의 여부를 묻는 지위확인 부분은 각하한 것도 최 권한대행의 부담을 덜어줄 것으로 보인다.

이은지 기자 eu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