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최상목, 임명권 없다” 주장도
야당,‘마은혁 합류땐 선고 지연’ 우려

헌법재판소가 27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것은 국회 권한을 침해하는 위법 행위라고 판단하면서도 임명을 통한 지위부여는 각하한 데 대해 여야는 각기 다른 셈법으로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이 추천한 마 후보자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 참여하면 기각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최 권한대행이 마 후보자를 임명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대식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은 처음부터 마 후보자를 반대했고 당의 방침은 그대로”라며 “최 권한대행이 여야가 합의하면 임명하겠다고 말씀했기에 최 권한대행이 어떤 판단을 내리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권한대행은 ‘대행의 대행’이기 때문에 임명 권한이 없다는 주장도 나왔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SNS에 “헌법상 헌법재판관의 최종임명에 대한 권한은 대통령에게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최 권한대행이 마 후보자를 즉시 임명해야 한다면서도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의식해 “(마 후보자가) 변론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결정 과정에 관여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게 민주당의 판단”이라고 선을 그었다. 헌법재판관 구도를 확실한 ‘진보 우위’로 만들기 위해 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카드까지 들고 임명을 압박할 때와는 판이하게 다른 입장이다.

민주당 법률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용우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헌법재판소법 30조를 보면 탄핵의 심판은 구두변론에 의한다고 돼 있다”며 “해당 조항의 취지에 따르면 변론에 참여한 재판관 중심으로 평의, 평결, 결정 과정을 진행해야 한다는 해석이 도출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마 후보자가 임명된 후 윤 대통령 사건에 참여하더라도 그동안 진행된 변론을 살펴보는 ‘변론갱신 절차’가 꼭 필요하지는 않다고 보고 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전날(26일) 기자들과 만나 “헌법재판소법이 준용하는 형사소송법 제301조에서 ‘공판 개정 후 판사의 경질이 있는 때에는 공판절차를 갱신해야 하지만, 판결 선고만을 하는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윤 대통령 탄핵심판은 지난 25일 변론을 종결했고 평의가 진행 중이다.

민주당의 입장이 180도 달라진 배경으로 오는 3월 26일로 예정된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항소심 선고가 꼽힌다.

민정혜·김보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