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서울 올림픽공원 인근 보도에 설치된 투수블록

2027년부터는 1등급 제품만 사용키로…준공검사 때 현장 성능 평가도 추가
"3등급 제품은 생명력 다 해…제품 결함 보완하는 필수 조치"


서울시가 오는 3월 1일부터 보도 신설·전폭 보수 시 기존보다 강화된 품질 기준이 적용된 ‘투수블록’을 사용한다. 투수블록은 기존 콘크리트 포장재보다 물 빠짐이 훨씬 뛰어나 빗물을 그대로 지하까지 스며들게 하는 특수 블록으로, 도로와 인도에 물이 고이지 않고 빠르게 배수될 수 있게 하기 때문에 침수 피해를 줄여주는 설비다. 전국 최대 지방자치단체인 서울시가 품질 기준을 강화함에 따라, 현재 100여 개 업체가 난립해 있는 투수블록 업계가 제품력을 중심으로 재편될 지 관심이 모아진다.

27일 서울시와 투수블록업계에 따르면, 시는 이달 초 서울시건축사회·한국엔지니어링협회·한국물순환협회 등 6개 유관 기관과 각 투수블록 제조업체에 ‘보도공사 투수블록 품질기준 개선 시행 안내’ 공문을 보냈다. 시는 공문을 통해 ‘3월부터 투수 지속성 검증 시험 2등급을 통과한 제품만 보도공사에 사용하겠다’고 안내했다. 이전까지는 검증 시험 3등급을 통과한 제품을 사용해왔다.

시는 또 ‘2027년부터는 검증 시험 1등급을 통과한 제품만 사용하겠다’고도 공지했다. 투수블록업체들의 신제품 개발·제조 공정 정착 기간을 보장하기 위해 순차적으로 품질기준을 강화하기로 한 것이다. 기존에 사용되던 3등급 투수블록의 경우 ‘오염 후 투수계수’(㎜/sec)가 ‘0.10 이상~0.50 미만’에 불과하지만, 2등급 제품은 ‘0.50 이상~1.00 미만’으로 높아진다. 1등급 제품의 경우 아예 1.00을 넘어야 품질이 인정된다. 높은 등급의 검증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업체 별로 자체 기술력이 뒷받침되어야 할 수밖에 없다.

시는 또 3월부터 투수블록 준공검사를 할 때, ‘현장 투수성능 평가’도 추가할 방침이다. 그동안엔 사전에 지정된 장소에서 실내 투수성시험(KS F4419)으로 제품력을 검증했지만, 앞으로는 물 3ℓ, 중앙 직경 2㎝의 원통형 용기를 투수블록 포장 지면으로부터 6㎝ 거치해서 물을 흘려보내 최소 투수계수(㎜/s) 를 만족하는지 여부를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한편, 서울시는 지난 2015년부터 빗물의 지표 흡수를 유도해 물 순환 시스템을 개선하는 차원에서 투수블록을 꾸준히 설치해 왔지만, 설치 1년도 안 돼 먼지·낙엽 등으로 투수 기능이 상실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개선책 마련에 고심해왔다. 투수블록 설치 3년 이후 한 차례 청소를 하는 기존 방식으로는 본연의 투수 성능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3월 중 보도공사 설계·공사 사업 담당자와 업계 관계자들을 모아 이번 품질기준 향상 관련 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다.

하승재 한국물순환협회 회장은 "그동안 많이 사용되던 3등급 투수블록은 ‘최소 6개월에서 최대 1년 시한부 제품’으로 사실상 생명력이 다한 셈"이라며 "2027년 1등급 제품 사용을 목표로 한 서울시의 품질기준 개선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투수블록 제품 결함 보완을 위한 필수적인 조치로서, 추후 투수블록 업계의 경제적 유불리에 따른 반발과 저항으로 다시 퇴행시키는 누를 범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노기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