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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실로 사고 났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횡단보도를 덮쳐 보행자 3명을 숨지게 하고 급발진을 주장한 전기 택시 기사가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광주지법 형사11단독 김성준 부장판사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상 혐의로 기소된 택시기사 A(70)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7일 밝혔다.

A 씨는 2023년 10월 8일 오후 1시 23분쯤 광주 광산구 송정동 교차로에서 전기차 택시를 몰던 중, 다른 승용차 2대를 잇달아 들이받은 뒤 횡단보도에 서 있던 보행자 3명을 치어 숨지게 하고 차량 탑승자 4명이 다치는 연쇄 사고를 낸 혐의로 기소됐다.

A 씨의 택시는 제한속도 시속 50㎞인 구간에서 시속 88㎞의 속도로 교통 신호조차 어긴 채 교차로에 진입했고, 차량 충돌 충격으로 차체가 회전했다. 이 과정에서 대각선 방면 횡단보도 위 보행자까지 덮치며 인명피해가 커졌다.

A 씨는 수사 과정에 "차량 결함이 있었던 것 같다. 급발진 사고였다"고 주장했으나 검사는 과속·신호 위반의 과실로 사상 사고를 냈다고 보고 기소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사고 발생 5초 전부터 택시에는 제동등·제동보조등이 켜지지 않았고, 속도가 증가했다. 또 사고 발생 후 가속 장치, 제동 장치 등 차량 결함이 발견되지 않은 사실은 인정할 수 있다"면서도 "차량 사고 기록 장치(EDR) 정보를 보면 사고 3초 전부터 차량 속도·엔진 회전 수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오랜 기간 운전을 한 A 씨가 실수로 3초 이상이나 제동 페달을 밟지 않고 가속 페달을 강하게 밟았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실제 사고 발생 5초 전부터 3초 전까지는 차량 속도가 시속 37~40㎞에 불과, 제동 페달을 강하게 밟을 필요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합리적 의심 여지없이 A 씨의 과실로 사고가 났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인정할 증거도 없다"며 선고 취지를 설명했다.

특히 재판부는 당시 택시 승객도 ‘A 씨가 전방 주시 의무를 게을리하지 않고 갑자기 속도가 빨라지고 배기음이 크게 들리며 튕기듯 앞으로 진행, 급발진이라고 생각했다’고 진술한 점 역시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임정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