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나토 합동훈련. AP 연합뉴스

미국의 도움 없는 유럽의 자력 방어에는 10년이 걸릴 수 있으며 많은 현실적 어려움을 안고 있다고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25일(현지시간) 진단했다.

먼저 영국과 프랑스가 주도하는 우크라이나 종전 후 평화유지군의 경우 2만∼4만 명 규모가 거론되고 있다. 서방 당국자에 따르면 러시아에 접한 동부 전선이 아닌 우크라이나 도시와 항구, 원자력 발전소를 비롯한 중대 국가기간시설에 배치될 것으로 예상된다. 파병 시 유럽 각국 병력이 얇아질 수밖에 없다. 예를 들면, 영국이 우크라이나에 파병한다면 현재 준비태세가 갖춰진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예비 병력으로 분류된 부대들이 흡수될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나토의 전쟁 대비 계획에 구멍을 내게 된다. 이코노미스트는 우크라이나에만 대부분 인원 부족 상태이긴 하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여단 약 230개가 있는데, 많은 유럽 국가가 각각 전투 능력 있는 여단 1개를 만드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이 자체적으로 사단 규모 병력을 우크라이나에 보내는 것만 해도 어렵다면 유럽 방위 자체를 미국으로부터 독립시키는 문제는 훨씬 더 커진다. 현재 미국이 포함된 나토의 전쟁 계획 충족을 위해 유럽 각국에 요구되는 국방비는 국내총생산(GDP)의 3%로, 이조차 달성하지 못한 국가가 많다. 나토가 새로운 목표치로 3.7%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미국이 상당 부분 손을 떼면 4%도 훨씬 넘어야 할 수 있다.

돈이 충분하지 않은 것도 문제지만, 돈이 있다고 이를 군사 역량으로 전환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벨기에에 본부를 둔 싱크탱크 브뤼헐은 유럽 대륙에서 전쟁 시 미군 30만 명이 배치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이를 유럽 군으로 대체하려면 새로운 여단 50개가 필요하고 그중 다수가 중무장해야 할 것으로 추정했다. 필요한 주력전차는 1400대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나토 지휘 및 통제, 조정 능력도 문제다. 나토의 군사조직 최상단에 있는 유럽동맹군최고사령부(SHAPE)를 이끄는 나토 유럽연합군최고사령관(SACEUR)은 현 크리스토퍼 카볼리처럼 늘 미군이었다. 또 다른 중대 문제는 미국이 제공하는 핵우산이다. 미국이 유럽 안보에서 손을 뗀다면 러시아 깊숙이 닿을 수 있는 전략적 핵무기와 유럽 공군이 탑재할 수 있도록 유럽에 배치하는 ‘준전략적’ 핵무기를 모두 잃을 수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이현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