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달 7일 레바논 남부 보르즈 엘믈루크에 주둔하고 있는 유엔 평화유지군 소속 스페인 군인이 순찰 중인 모습. AFP 연합뉴스

■ Global Focus
안전보장 카드로 부상

英·佛, 파병안 추진에 공감대
美에 정찰용드론 등 지원요청

푸틴 동의땐 종전 앞당겨질듯
트럼프 “러시아도 수용할 것”
유럽 인접국 의견일치는 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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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을 위한 유럽의 평화유지군 파병안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해법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종전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파병안을 찬성한 데 이어 “러시아도 이를 수용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영국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관련 논의가 구체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 평화유지군·다국적군, 세계 평화 수호에 기여… 역할 범위는 각기 달라 = 평화유지군은 유엔 평화유지군과 다국적군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유엔 소속 여부에 따라 분쟁지에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크게 달라진다. 유엔 평화유지군의 활동범위는 주로 유엔헌장 6장의 평화유지활동에 국한되는 반면, 유엔 승인 다국적군은 유엔헌장 7장의 평화집행활동이 가능하다. 즉 평화유지군은 정전감시 등 평화가 이뤄진 뒤 이를 유지하는 역할을 하지만 다국적군은 불안정 상황을 진압해 평화를 만드는 역할을 수행한다.

유엔 평화유지군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결의에 따라 조직되며, 유엔 사무총장이 직접 사령관을 임명한다. 경비는 유엔이 부담한다. 유엔 평화유지군의 주 임무는 분쟁지에서 평화협정 이행을 감시하고 전후복구를 돕는 것이다. 개인화기와 장갑차 등으로 경무장하지만 군사 행동은 자위적 목적에 한해서만 가능하다. 특히 유엔 평화유지군은 유엔을 상징하는 하늘색의 베레모와 전투모 등 통일된 복장을 착용하고 있다.

유엔 평화유지군의 탄생은 1948년 이스라엘 건국에 따른 갈등으로 발발한 1차 중동전쟁에서 비롯됐다. 안보리가 당사국들의 휴전협정을 감시하기 위해 결성한 유엔휴전감시단이 시초다.

다국적군은 유엔의 통제에서 벗어난 독립적인 평화유지군을 의미한다. 안보리의 승인 밑에 특정 국가의 주도로 창설되고, 다국적군 사령관은 파병국들의 협의로 결정된다. 안보리는 임무 범위 및 기한 재검토 기능을 통한 형식적인 통제만 한다. 경비는 파병국들이 분담한다. 또 자위권 행사만 가능한 유엔 평화유지군과 달리 침략 격퇴와 무력 진압 행위가 허용된다. 최초 다국적군은 이집트와 이스라엘 간 평화협정의 이행을 감독하기 위해 1981년 설립된 ‘시나이 정전감시단’이다. 12개국 출신 1600여 명의 병력이 시나이반도에서 평화유지 및 이집트·이스라엘 양국 군사조직 간 대화 중재 등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무력 사용 금지법 적용 안 받는 유럽 평화유지군… 러시아 설득이 관건 = 최근 서방이 추진 중인 우크라이나 내 유럽 평화유지군도 다국적군에 속한다. 무력 사용을 불허하는 유엔법을 적용받지 않는 만큼 러시아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 18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우크라이나의 평화 유지를 위해 유럽 국가들이 평화유지군을 파병한다는 아이디어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대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24일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 평화유지군의 우크라이나 주둔을 러시아도 수용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관련 논의는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그(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그(평화유지군) 질문을 구체적으로 했고, 그는 그 점에 대해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했다. 이달 12일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전화통화에서 종전 협상을 시작하기로 합의했고, 18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관련 미·러 고위급 회담이 처음 열렸다.

푸틴 대통령이 유럽 평화유지군 파병을 받아들인다면, 우크라이나도 미·러 중심의 종전협상에 동참해 종전 시일이 신속히 앞당겨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크라이나 측이 내세운 가장 중요한 종전 조건이 러시아의 재침공을 막기 위한 안보 보장이기 때문이다. 영국과 프랑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후 우크라이나 지원 대열에서 빠지면서, 유럽 평화유지군 파병안을 적극 추진해왔다. 러시아가 종전 후에도 우크라이나를 또다시 침략하고 유럽 안보까지 위협을 가할 우려가 있는 만큼 우크라이나에 확실한 안전 보장을 제공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기 때문이다. 영국과 프랑스는 우크라이나 분쟁 지역이 아닌 비분쟁 지역에 군을 배치해 도시, 항구, 에너지 시설 등 주요 인프라를 러시아의 재침공으로부터 보호하겠다는 계획이다. 군 규모는 약 3만 명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미국의 후방 지원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미국이 직접 파병하지 않겠다면 적어도 정찰 드론이나 첨단 감시 시스템 등을 활용한 실시간 정보 공유나 감시, 보급품 지원 등에 나서달라는 것이다.

러시아와 유럽 인접국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것이 유럽 평화유지군 배치 여부를 가를 가장 중요한 과제다. 러시아로선 평화유지군이 자위권 행사를 넘어 무력 진압 등 높은 수준으로 군사 개입을 한다면, 상당한 부담과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다. 사소한 군사 충돌이 자칫 서방과의 확전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유럽에서도 우크라이나군 훈련 정도로 제한되는 게 적정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평화유지군 배치를 둘러싼 유럽 국가들의 의견 일치와 역할 분담도 난제로 남아 있다. 현재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폴란드나 유럽의 주요국인 독일, 유럽 내 친러 성향인 헝가리 등은 평화유지군 파병이 불필요한 긴장 관계를 불러올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이현욱 기자 dlgus300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