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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로 끝난 계엄작전 재구성

12·3 비상계엄에 가담했던 군 수뇌부들의 증언이 이어지면서 그동안 베일에 가려졌던 사태 전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계엄사태에 시종일관 “나는 몰랐다”고 했던 지휘관들이 실은 계엄 계획을 미리 인지하고 작전에 가담한 정황이 짙어지고 있다.

11일 군과 정보당국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오후 10시 28분 비상계엄 선포 긴급 대국민 특별담화를 발표하기에 앞서 계엄군 수뇌부는 숨 가쁘게 움직였다. 계엄사령관을 맡았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이날 오후 4시 김용현 전 국방장관과 회담했다. 박 총장은 현안토의라고 했지만 김 전 장관으로부터 계엄사령관 제의를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도 이날 낮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에 체포 대상자 명단을 제공하고, 검거 위치추적을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장관은 이날 오전 10∼11시쯤 문상호 정보사령관에 선관위에 영관급 요원 10명 파견을 지시했고, 문 사령관은 비상계엄 선포 1시간 전 경기 과천 중앙선관위 청사에 병력을 대기시켰다고 국회에서 증언했다.

특전사 소속 707특수임무단은 같은 날 오후 7시 50분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 지시에 따라 특수작전항공단 UH-60P 12대를 이용한 비상소집훈련을 했다. 707특임단 등 197명의 계엄군이 4일 0시 7분 국회 경내에 진입한 이후 국회 보좌관 등에 막히자 윤 대통령은 곽 전 사령관에게 0시 30∼40분 사이 비화폰(보안 휴대전화)으로 “의결 정족수가 안 채워진 것 같다. 빨리 문을 부수고 들어가 안에 있는 의원들을 끄집어내라”는 지시를 내렸다. 곽 전 사령관은 “707특임단장 등 현장 지휘관들이 반대했고, 강제로 (문을)깨고 들어가면 너무 많은 인원이 다치기 때문에 들어가지 말고 대기하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김현태 707특임단장도 “실제 창문을 넘어 내부로 들어간 인원은 12명뿐”이라고 했다. 결국 계엄군 현장 지휘관들이 위법한 명령이라 보고 거부, 항명성 태업을 한 것이 계엄작전 실패로 이어졌다.

정성우 방첩사 1처장도 여 전 사령관의 선관위 서버유출 명령을 거부해야 한다는 영위관급 방첩사 법무관 7명 의견을 수용했다. 이에 따라 4일 새벽 과천 중앙선관위로 들어가려던 방첩사 요원들의 건물 진입을 멈추고 계엄 해제와 동시에 출동 병력을 전원 부대로 복귀시켰다. 국회 본관 진입 계엄군도 이날 오전 1시 14분 전원 철수하면서 계엄군 수뇌부의 작전은 실패로 돌아갔다.

정충신 선임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