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병·무기지원 ‘대가성’ 분석

러시아가 국제사회 제재를 무시하고 지난 3월부터 북한에 100만 배럴이 넘는 석유를 공급해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병력과 무기를 보낸 북한에 대한 ‘대가성 지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1일(현지시간) BBC는 영국의 비영리 연구기관인 오픈소스센터의 위성 사진 분석 결과를 인용해 러시아가 지난 3월 이후 100만 배럴 이상의 석유를 북한에 공급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위성 사진에 따르면 북한의 러시아에 대한 첫 무기 지원이 시작된 지 7개월이 지난 시점인 3월 7일부터 10여 척의 북한 유조선이 총 43차례 러시아 극동지방의 보스토치니 석유항을 찾았다. 이 유조선들이 러시아 항구를 방문했을 당시에는 비어있는 상태였지만, 떠날 때는 90%가량 선적된 모습이었다고 BBC는 설명했다. 이를 토대로 계산한 결과 러시아가 이 기간 북한으로 보낸 석유의 총량은 100만 배럴이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러시아가 지난 한 해 북한에 보낸 석유의 양보다 10배 이상 많은 수치다.

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교장관은 “우크라이나와의 전투를 지속하는 러시아가 북한에 의존하게 된 형국”이라며 “그(북한의 병력과 무기) 대가로 러시아가 석유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픈소스센터의 조 바이른 선임 애널리스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전쟁을 지속할 수 있도록 산소호흡기를 달아준 것 같이 러시아도 은밀하게 북한에 호흡기를 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러시아의 석유 지원은 유엔의 대북제재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다. 유엔은 북한으로의 대규모 석유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또 BBC는 석유 지원에 사용된 북한 유조선의 절반 이상이 유엔의 제재 대상에 오른 선박이라고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에 불법적으로 석유를 지원하고, 제재 대상에 오른 선박을 압류하지도 않은 러시아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시도를 보란 듯이 비웃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상훈 기자 andre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