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최근 국방부를 포함한 정부 부처와 각급 법원의 누리집에 대한 디도스 공격은 친러시아 핵티비스트(해킹을 투쟁 수단으로 하는 행동주의자) 그룹의 소행으로 결론 났다. 당국의 상황 점검 결과 별다른 피해는 없다니 다행이다.

일본도 최근 이와 유사한 상황을 경험한 일이 있다. 올해 2월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일본의 지원에 반대하는 친러 성향의 해커 조직이 일본을 타깃으로 공격한 바 있으며, 7월에는 일본과 나토(NATO) 파트너십 강화 보도 이후 이에 반대하는 친러 성향 해커 조직이 공격을 자행했고, 10월에는 미·일 합동훈련 보도 이후 친러 성향 해커 조직이 또다시 공격한 바 있다.

핵티비스트의 사이버 공격을 단순히 특정 국가의 정책에 항의하기 위한 의사표시로 치부해선 안 된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하마스 전쟁에서 보듯이 사이버 공격은 물리적 타격과 연계돼 있고, 위성과 위성항법장치(GPS) 등 우주항공 시스템에 대한 사이버 공격이 함께 진행되며, 심리전 분야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딥페이크 기술의 활용과 자동화된 드론과 로봇 등 무인 무기체계의 활용 과정과도 연계된다. 따라서 단편적인 대응은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지난해 6월 대통령실과 백악관은 워싱턴에서 한·미 사이버안보 고위급회의를 갖고 고위운영그룹을 공식 출범시킨 데 이어 올해 4월 양국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사이버 안보 분야 협력 강화를 시작했다. 올 1월 첫 한·미 사이버동맹 훈련이 우리나라에서 있은 데 이어 5월에는 미국의 사이버 플래그 훈련에 우리나라도 참가했다. 6월에는 한·미·일 3국이 사이버 영역을 포함하는 프리덤에지 훈련을 했고, 8월의 ‘을지 자유의 방패’(UFS) 훈련에서도 사이버전을 포함해 한·미 연합훈련을 했다.

그러나 사이버 안보에 대한 역량 강화는 계속 필요하다. 그 핵심 주제는 AI이다. 최근 AI가 사이버전에 접목되면서 사이버 공격과 방어를 위한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AI가 활용되면서 공격과 방어 용도에 관계없이 무기체계의 성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해 전략적으로 활용되는 만큼, 앞으로는 AI 기술이 사이버전의 승패를 좌우할 것이다.

내년 1월 20일 출범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기 행정부는 기존 사이버 안보 정책을 크게 바꾸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이버 보안 강화는 미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주요 전략으로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은 여전히 부담이다. 우리가 지불해야 하는 대상에 대한 정교한 선별과 교섭 전략을 통해 사이버 역량 향상의 지렛대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사이버 분야는 이번 우크라이나와 하마스 전쟁을 통해 얻은 교훈을 간과하지 않고 개선해야 하며 그 핵심은 사이버 자산의 생존성과 복원력이다. 이어서 AI를 적용한 무기체계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우수한 전문 인력이 유지돼야 한다. 이를 위해 전문 인력에 대한 처우 개선이 필수로 고려돼야 한다.

우리의 국가 기반시설과 공공 영역이 대규모 사이버 공격을 감내하면서 정상 작동할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하다. AI를 비롯한 세상의 변화를 빠르게 학습하고 적용하면서 끊임없이 체계를 정비하는 길만이 우리가 보유한 사이버 공간의 국부를 유지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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