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정치생명을 좌우할 4개의 재판 가운데 첫 번째인 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한 1심 선고가 내일(15일) 나온다. 170석을 보유한 압도적 다수 야당의 대표가 대표직을 유지한 채 1심 판결을 받는 것 자체가 초유의 일이다. 과거에는 판결은커녕 기소만 돼도 당대표직은 물론 의원직도 내놓는 것이 국민에 대한 예의였다. 그러나 이 대표는 달랐다. 당헌·당규를 고쳐가며 당대표직에 재도전했고, 압도적 지지를 받아 대표직을 유지했으며, 향후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아도 대표직을 내놓는 일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민주당은 국회와 거리에서 이 대표의 무죄를 주장해 왔다. 때마침 터진 명태균 사건을 빌미로 탄핵이나 임기 단축 개헌, 심지어 대통령의 하야까지 거론하면서 국민의 관심을 이 대표로부터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 및 여당으로 돌리려고 안간힘을 써왔다. 민주당 최고위원회의는 입만 열면 ‘이재명은 무죄다’를 주장하며, 전현희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사법정의특별위원회’까지 만들어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방탄을 시도한다. 만일 이 대표가 유죄면 ‘사법정의가 무너진 것’이라는 주장이다. 판결도 하기 전에 무죄가 확실하다면서 무죄가 아니면 정의가 죽었다고 한다면 재판은 왜 하며, 판사는 왜 필요한가.

이 대표의 4개 재판은 정치적 사건이 아니다. 하나같이 개인적인 사건들이다.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 등 부동산 개발과 관련된 불법 의혹, 성남FC 구단주로서 특혜를 주고 기부금을 받는 뇌물수수 관련 의혹,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이미 1심에서 징역 9년6개월의 중형을 선고받은 불법 대북송금 사건 등은 모두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로 일할 때 일어난 부패 및 비리 의혹들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이 대표가 당 대표라는 이유만으로 정치적 탄압을 받는 것이라고 억지 주장을 펴면서 개인 범죄 혐의의 재판으로부터 그를 보호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민주당과 이 대표는 실질적으로 사법부를 위협하고 민주주의를 위험에 빠뜨리는 일을 수없이 해 왔다. 이 전 부지사의 불법 대북송금 사건은 이미 1심 판결이 끝난 지 오래건만 공범인 이 대표에 대한 재판은 시작하지도 못했다. 이제 겨우 공판준비기일을 두 번 가진 게 전부인데, 변호인 측은 아직도 사건에 대한 자료 검토를 절반밖에 마치지 못했다고 연기를 요청했다가 담당 판사로부터 “재판이 이렇게 지연되는 경우는 처음 본다”는 질타를 들었다. 형사재판에는 반드시 피고인이 출석해야 하는데 지난 2년여 여러 재판의 과정에서 이런저런 정치 일정을 이유로 불출석함으로써 재판은 지연될 수밖에 없었다. 당대표가 정치 일정이 없을 순 없지만, 이 모두가 이 대표 스스로 만든 것이지 억지로 만든 사건이 아니다.

이 대표의 정치적 능력은 사법적 판결과 무관하다. 그가 민주당의 가장 유력한 차기 대선 후보라는 사실도 판결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 이 대표의 유죄가 확정되면 민주당이 판사들을 탄핵할 것이라는 협박성 주장도 들린다. 만일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그것은 입법부에 의한 법치주의와 삼권분립 파괴이다. 더 나아가 그것은 민주당에 의한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파괴 행위다. 역사는 반드시 이 사실을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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