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미국 소형모듈원자로(SMR) 설계업체인 뉴스케일파워가 제작한 SMR 실물 크키 모형 윗부분. 뉴스케일파워는 미 원자력규제위원회에서 최초로 SMR 설계 인증을 받은 기업이다. 뉴스케일파워 제공

■ MS·구글 이어 확보전 치열

아마존 “역대 최대 SMR 투자”
탄소배출 없고 대량 공급 가능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주목돼
전력수요 10년새 4배 폭증 전망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가동에 필요한 전력을 확보하기 위해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업 3곳과 계약을 체결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에 이어 아마존까지 원자력 에너지 업체와 계약에 나서면서 빅테크들의 원전 확보 전쟁이 본격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빅테크들의 원전 선호는 탄소 배출이 없는 데다, 대량의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16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에너지 기업인 ‘도미니언 에너지’와 SMR 개발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아마존은 이를 통해 향후 300메가와트(㎿) 이상의 전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약 20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이다. 아마존은 또 워싱턴주에 있는 공공 전력 공급 기업인 ‘에너지 노스웨스트’와 계약을 체결하고, 이 회사의 4개 SMR 건설 사업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들 원자로는 처음엔 320㎿의 전력을 생산하고, 이후 총용량을 960㎿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 외에 아마존은 또 노스웨스트가 짓는 원자로에 사용되는 첨단 원자로와 연료를 공급하는 업체 ‘X-에너지’에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마존은 이 기업을 위해 약 5억 달러(약 6823억 원)의 투자 유치를 주도하며 2039년까지 미국에서 5기가와트(GW) 이상의 새로운 전력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마존의 이번 투자에 대해 “이는 역대 가장 큰 SMR 사업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아마존의 이번 투자 소식은 구글이 전력 확보를 위해 미국 SMR 스타트업 ‘카이로스파워’와 전력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힌 지 이틀 만에 나왔다. 구글은 카이로스파워를 통해 향후 가동할 원자로 6∼7개에서 총 500㎿의 전력을 공급받기로 했다. 이는 수십만 가구가 이용할 수 있는 전력량에 해당한다. MS도 지난달 미국 원자력발전 1위 기업인 콘스텔레이션 에너지와 데이터센터에 20년간 전력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빅테크들이 잇따라 원자력 에너지 확보에 나선 데는 AI 개발에 필요한 막대한 전력을 원전이 가장 안정적으로 공급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날씨 상황에 따라 전력 생산량이 오락가락하는 풍력·태양광만으로는 수요를 감당하기 역부족인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 에너지정보청에 따르면 원자력 에너지의 용량 계수는 93.1%에 달한다. 이는 원자력을 이용하면 최대 전력으로 가동할 수 있는 시간이 93%를 넘는다는 뜻으로, 이는 화석연료보다 2배, 풍력 및 태양열보다는 3배나 높은 수준이다. 원자력 연구소의 전략 및 정책 담당 전무 이사인 매트 크로자트는 “원자력 에너지 한 번에 많은 전력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24시간 데이터센터를 돌려야 하는 빅테크 업계에 특히 적합하다”고 말했다. 원자력은 탄소를 배출하지 않아 차세대 에너지원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일리노이대 부교수로 재직 중인 케이티 허프는 “원자력은 특히 신뢰할 수 있는 무탄소 에너지”라고 강조했다. 골드만삭스는 빅테크들이 AI 개발 경쟁을 벌이면서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2020년 241테라와트시(TWh)에서 2030년 이보다 4배가량 늘어난 1063TWh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들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는 현재 전체 전력의 1∼2%에 불과하지만 2029년에는 3∼4%까지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