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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합니다 - 나의 딸에게

난 지금도 시간이 나면 그때를 떠올리며 가슴 아파한다. 벌써 30년 전의 일이지만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눈물을 쏟아본 순간이다.

남편이 유학할 때 아이 둘을 키우며 경제적인 뒷바라지를 했기에 난 너무나 지치고 힘든 생활을 했다. 시간에 쫓기고 피로가 겹치니 아이들과 놀아 줄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아이들은 엄마의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어린 시절을 보내야 했다.

박사학위가 끝나고 귀국해 모교의 교수로 부임해 이제는 어느 정도 시간의 여유와 경제적인 안정을 찾을 즈음 갑자기 남편이 세상을 떠나게 됐다. 하늘이 무너지고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 속에서 난 두 아이들을 생각하며 그래도 의연하게 버텼다. 남편의 장례식을 마치고 엄마의 의무를 다하며 살 것을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아들이 대학교 2학년, 딸아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했을 때였다. 난 그때부터 앞으로 남은 시간과 아이들의 장래를 어떻게 할 것인가 생각해 보았다. 아들은 나중에라도 내 가족으로 살겠지만 딸 아이의 장래가 걱정이었다. 그때만 해도 결혼을 중요시할 때이고 아버지 없는 신부는 그리 반기는 상대가 아니기 때문에 마음속으로 은근히 걱정을 하게 됐다.

모든 것이 시간과 함께 정리가 되고 남편의 제자들은 다른 교수들을 찾아 박사 과정을 했다. 그즈음 남편이 항상 칭찬하며 좋은 신붓감을 중매해보라고 했던 조교가 눈에 띄었다. 성실하고 착하고 똑똑했는데, 그의 가정 배경은 잘 몰랐다. 이 학생은 지도 교수가 세상을 떠나니 박사 과정을 그만두고 사법시험에 도전하여 검사로 임용됐다.

딸 가진 엄마의 욕심대로 난 이 사람한테 딸의 장래를 맡기면 안심이 될 것 같았다. 스승의 딸이니 아껴 주리라 생각이 됐다. 나는 시간이 될 때마다 검사가 된 남편의 제자와 딸을 만나게 기회를 만들었고, 대학교 2학년인 딸에게 결혼하라고 얘기를 했다. 난 아버지 없는 딸아이가 이다음에라도 무시당할까 걱정이 되어 딸의 곁에 남편 제자로 있었던 사람이 있으면 안심이 될 것 같았다.

난 딸의 의견도 무시한 채로 좋은 사람이니 결혼하라며 날짜를 잡아 결혼식을 올리게 했다. 시간이 지나 그때 내가 왜 그리했는지 생각 날 때가 많았다.

신혼 여행을 갔다 와서 딸 내외는 나에게 처음으로 큰절을 올렸다. 순간 쏟아지는 눈물과 울음소리에 딸 내외는 무척 당황하고 의아한 표정이었다. 지금까지도 딸 내외는 내 눈물의 의미를 모를 것이다. 나도 순간적으로 쏟아지는 내 눈물을 이해할 수 없었으니까. 평생 처음으로 눈물을 많이 흘려 울어본 것이다. 남편 장례식에도 대외적인 문상객 때문에 슬픔을 참아야 했고, 그 후로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지 생각이 많아 눈물 흘릴 시간이 없었다.

딸 내외의 큰절을 받고 난 그동안의 슬픔이 한꺼번에 터진 것 같다. 한창 즐겁게 데이트도 하고 학창시절도 즐기고 싶은 딸을 반강제로 결혼시킨 것도 미안하고 철없는 딸을 맡겨버린 사위에게도 미안하고 홀로 남은 내 인생도 불쌍하고…하여튼 내 평생 이렇게 눈물을 흘리며 울어본 것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세월이 흘러 내가 이 세상에 없을 때, 딸이 딸을 시집보내게 될 때쯤 내 눈물의 의미를 알게 될까? 이제는 남편, 아이들과 행복하게 사는 딸의 건강만을 위해 감사의 눈물만 흘리려고 한다.

엄마 홍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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