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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R 2단계·대출 제한 여파
대출잔액 이달 8215억 줄어
집값 꿈틀하면 증가세로 전환

한국은행의 통화 긴축 기조가 3년 2개월 만에 완화 쪽으로 전환됐지만 ‘집값·가계대출 안정’ 측면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여전하다. 이번 금리 인하 결정으로 지난달 겨우 꺾인 가계부채 증가세에 다시 불이 붙고, 잠잠해진 부동산 시장도 주택매수 심리가 자극돼 ‘불장’으로 전환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은은 11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하의 주요 근거로 수도권 집값 상승세가 둔화되고 가계대출 증가 규모가 상당폭 축소됐다고 판단했지만, 시장에선 금리 인하가 부동산 시장을 자극해 가계대출이 다시 증가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가계부채 증가 폭 감소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 인하 결정이 자칫 가계부채 증가세에 다시 불을 붙일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7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730조1456억 원으로, 지난달 말 730조9671억 원에서 일주일 만에 8215억 원 감소했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573조4292억 원으로, 지난달 말(574조5764억 원)보다 1조1472억 원 줄었다.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과 시중은행들의 금리 인상, 다주택자 대출 제한 등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그러나 가계부채 불씨가 완전히 잡혔다고 보기엔 이르다.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과 직결된 주택 구입 목적 개별 주담대의 경우 5대 은행에서 9월 한 달간 하루 평균 3451억 원이 새로 취급됐다. 금융 당국이 가계대출을 조이는 상황에서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는 정책 엇박자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부동산 업계에서도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로 집값 향방이 달라질 수 있다고 관측한다. 한국부동산원이 이날 발표한 10월 첫째 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전주보다 0.10% 상승해 4주 연속 상승세가 둔화했다. 서울 아파트값은 정부가 가계 대출을 옥죄면서 9월 셋째 주부터 상승 폭이 줄었다. 하지만 이 같은 둔화세가 대출금리 하락으로 인한 주택 구입 부담 경감, 매수심리 강화 등에 따라 다시 상승세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도 신축·학군 수요 등에 따른 국지적 상승거래가 보인다”면서 “집값이 다시 상승세를 보이면 가계대출도 재차 늘어나게 되고, 이 경우 정부의 대출규제 정책에 힘이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정경·김영주 기자